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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클리닉 돈벌이 처방에 불안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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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간질약.천식약.이뇨제 등 비만 치료와는 무관해 보이는 약들이 일부 병.의원에서 비만치료제로 버젓이 처방되고 있다는 중앙일보 14일자 보도 이후 "내 약도 혹시?" 하는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희대병원 내과 김영설 교수는 "일부 비만클리닉에서 검증되지 않은 비만치료제를 처방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청이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의사의 양식에 맡길 뿐 뾰족한 규제방법이 없다는 것이 의약품 당국의 고민.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어떤 약이 효과가 있고, 부작용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아미노필린=기관지 확장 효능이 있는 천식약. 먹거나 주사하면 지방분해 효과가 있다고 해 국내 비만클리닉에서 많이 처방된다. 그러나 2001년 비만학회는 효과가 없고 부작용 우려가 있으므로 투약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식의약청 마약시험과 윤미옥 연구관은 "동물실험 결과 많은 양을 투여하면 지방분해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일부 확인됐다고 하나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고 당국이 비만치료와 관련해 허가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비만환자의 복부에 두 달간 주사해 본 결과 뚜렷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검사를 수행한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는 "아미노필린 주사를 맞은 사람의 체중.허리 둘레 등이 특별히 더 감소하지 않았다(생리식염수를 주사맞은 사람 대비)"며 "단기 부작용은 주사 부위의 통증과 알레르기.구토.변비 등이었으나 장기간 주사했을 때의 부작용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약은 밤에 잠이 안오고 심장이 빨리 뛰며 호흡이 가빠지고 발작.경련.혼수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토파멕스=간질치료제로 이뇨(利尿)작용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최경업 약제부장은 " 많은 양을 복용할 경우 최고 7%까지 체중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나 반대로 체중이 늘어난다는 상반된 연구결과도 있다"며 "아직 효과.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복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충고했다.

◆라식스.스피락톤=둘다 이뇨제다. 라식스(푸로세마이드)는 이뇨제 중 가장 효과가 강력하다. 과거 술집 여성들이 아침에 일어나 얼굴의 부기를 빼기 위해 쓴 약으로 유명하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이뇨제를 과다 복용하면 몸의 전해질 균형이 깨진다"며 "수분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칼슘.마그네슘 등이 함께 빠져나가 탈수를 일으킨다"고 조언했다.

약을 끊으면 심하게 붓고 오래 먹으면 신장.심장이 망가지며 혈압 저하.부정맥.성장장애.심장마비 등이 올 수 있다.

식의약청은 라식스와 식욕억제제인 '페닐프로판올아민 함유제제'가 살빼는 약으로 오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 의사의 처방전을 의무화했다.

◆페닐프로판올아민=감기약 성분이다. 식욕억제 작용이 있어 2000년까지 비만치료제로 많이 쓰였으나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부작용 보고에 따라 지금은 식욕억제제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프로작.부프로피온=둘 다 우울증 치료제다. 부프로피온은 식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비만치료제로 흔히 오용된다.

복용하면 짜증을 잘 내게 되며 과량복용시 간질.발작 등 심한 증상이 올 수 있다. 프로작(플루옥세틴)은 식욕을 떨어뜨리고 체중 감량을 유도하나 장복하면 오히려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제니칼.리덕틸.엑소리제= 현재 시판 중인 비만치료제들의 복용시에도 상당한 주의가 요망된다. 제니칼은 식사를 거르거나 지방이 적게 든 식사를 한 경우 효과가 적다. 지용성 비타민의 결핍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보충이 필요하다.

리덕틸은 구강건조증.두통.변비.불면증과 혈압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고혈압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신경균 교수)

엑소리제는 녹차 추출물로 만든 비만 치료제로 처방 없이 살 수 있다. 한림대 의대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정인경 교수는 "체중감량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장기 복용시 부정맥.전해질 장애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비만치료용으로 쓰이는 약의 장단점>

◆제니칼

-장점:열량의 체내 축적 방지/ 체중감량 후 유지에 효과/혈중 콜레스테롤 등에 유리/혈당 개선/혈압 감소

-단점:지방을 적게 먹으면 효과 적다/지방성 설사.배변 급박감.배변장애 등 부작용

◆리덕틸

-장점:식욕(음식 섭취량) 감소/교감신경 항진(체내 에너지 소비 증가)

-단점:음식을 적게 먹으면 효과 적다/혈압의 경미한 증가/장기 복용에 대한 안전성 확보 부족

◆아미노필린(천식약)

-장점:체내 에너지 대사율 상승

-단점:다이어트용으로 오래 먹은 경우 정작 천식 발병 때 치료효과 떨어진다./비만 치료제로서는 검증이 안돼 있다

◆이뇨제

-장점:복용 초기에 체중감량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단점:체내 수분만 감소, 복용 중단시 원래 체중 복귀, 약물중독 가능성

※자료=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사진설명>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이 심각하다. 간질약.이뇨제.천식약 등 비만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약들이 일부 비만 클리닉에서 처방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비만클리닉에서 체지방을 검사하는 장면.[아주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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