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넘치는 상화 광고까지 스케이트복? 드레스 입혀달라 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소치 겨울올림픽 때 “이상화가 저렇게 예뻤냐”고 다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 이상화(25)는 4년 전 밴쿠버 올림픽 때도 아름다웠다. 숨어 있던 매력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건 스포츠마케팅의 힘이다.

임우택

이상화(25·서울시청)는 2010년 밴쿠버 때처럼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철벅지·금벅지 등 강인한 이미지 일색이었었던 4년 전과 달리 소치에서는 이상화의 강인함 뒤에 숨겨진 여성미가 부각됐다. 김연아가 예쁜 건 예전부터 알았지만, 이상화도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반응이 많아졌다. 이렇게 시각이 바뀐 건 우연이 아니다. 이상화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영리한 전략이 뒤에 있었다.

 이상화는 서울시청 소속이지만 스포츠마케팅사 브리온컴퍼니의 선수이기도 하다. 이 회사 임우택(41) 대표는 “빙상 대표 이규혁(36)과 인연으로 이상화와 2012년 계약했다. 태릉으로 찾아갔는데 시원하게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나에게 이상화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쿨하고 시원시원하고 대범한 여자’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치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선수들이 경기 후 이상화에게 달려와 안긴 게 화제가 됐다. 한국에 돌아온 후 행사에 갔는데 피겨 스케이팅 후배도 이상화 언니를 찾더라. 김연아도 이상화에게는 고민을 털어놓고 의지하는 눈치다. 정말 성격과 멘털이 모두 최고다”라고 칭찬했다.

잡지 사진 촬영 전까지 허벅지는 이상화의 콤플렉스였다. 임우택 대표는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서 재밌게 찍다 보니 과감한 컷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올림픽 후 여성 패션잡지와도 작업했다. [사진 에스콰이어]

 소치 올림픽 개막을 보름 앞두고 남성잡지 에스콰이어는 이상화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허벅지를 드러낸 사진을 공개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렇게 파격적인 사진을 찍는 건 예전엔 상상하기 어려웠다. 임 대표는 “겨우내 대회를 치르다가 잠시 한국에 들어와 쉬던 시점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기분 전환도 할 겸 남성잡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사진이 너무 큰 화제가 돼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사진이 공개된 직후 ‘이런 게 나와도 되느냐’고 걱정하는 어른도 많았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곱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이상화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기 때문에 너그럽게 봐준 것도 있는 것 같다. 올림픽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이 화보는 이상화의 이미지를 확 바꿔놓았다. 올림픽 이후 광고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임 대표는 “거의 모든 업종에서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제일 기대되는 건 우유 광고다. 우유를 마시면 이상화처럼 건강하고 예뻐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브레댄코’라는 베이커리업체에서는 상화케이크와 상화빙수를 발매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이상화 생일이 2월 25일이었다. 현지에서 방송 출연 중에 깜짝 파티를 했다. 그때 케이크를 제공한 회사다. CF 촬영도 준비 중인데 예쁜 색깔에 장식도 많이 단 스케이트복을 입고 찍자고 해서 거절했다. 그냥 예쁜 드레스를 입혀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평창 올림픽 출전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임 대표는 “이상화에게 ‘우리가 살아 있는 한 다시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올림픽을 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 평창 때 29세면 전성기 못지않은 기록을 낼 수 있다. 조국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행운 아니냐’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마케팅 회사 스포티즌을 거쳐 2011년 브리온컴퍼니를 설립해 독립했다. 그땐 직원 한 명과 함께 일했지만 지금은 18명이나 된다. 선수 매니지먼트보다는 스포츠 컨설팅·기획·홍보·유통의 비중이 더 크다. 임 대표는 “대기업 틈새에서 우리 같은 작은 업체가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스포츠마케팅 업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