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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앵글로 관찰한 진중권 - ②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무래도 변희재씨에 대한 얘기를 계속하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급히 화제를 돌렸다.

책을 전부 몇 권 내셨어요

- 안 세봤어요. 공저에 글 한 편 써준 것도 내 책으로 검색되는 경우가 많아서. 주요 저자도 아닌데 내 이름 내세워서 장사하는 건 질색이에요. 1994년부터 1년에 한두 권씩은 책을 냈어요.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쳤더니 수십 권의 책 제목이 떴다. 그중 공저 빼고 역서 빼고 그가 홀로 직접 쓴 책이 40여 권쯤 됐다. 책은 크게 세 종류.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 『춤추는 죽음』 『서양미술사』 『교수대 위의 까치』 『미학에세이』 등은 그의 전공인 미학 관련 책이고,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폭력과 상스러움』 『빨간 바이러스』 『아이콘』 등은 그의 사회비평 칼럼을 묶은 책이며, 『생각의 지도』 등은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에세이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미학 오디세이』인가요

- 네. 80만 부로 추산하고 있어요. 사실 『미학 오디세이』는 석사 과정 마치고 독일 유학 준비하면서 비행기값을 마련하기 위해 쓴 책이에요. 그땐 대학원생의 책을 알아주는 독자도, 서평을 쓰는 곳도 없었죠. 근데 독일로 유학 가서 1~2년 지나자 책 잘 읽었다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더라고요. 입소문만으로 판매량이 조금씩 늘어서 20년간 나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거죠.

소회가 남다르겠네요

- 그냥 늙었구나 하는 생각만 들어요. 그때 나이가 서른이었는데 이제 오십 줄 중년이니까. 젊은 몸은 어디로 가버리고 그 몸 안에 늙은이가 들어와 있어(웃음).

인세로도 먹고살 만하겠어요

- 예전에는 인세를 챙겨 받지 않는 스타일이었어요. 출판사를 하는 아는 선배가 돈 필요하다고 해서 도와주는 식이었죠. 10년 후에 출판사를 옮겼는데 한 달에 몇백만원씩 들어오더라고요. 진작 알았으면 꼬박 챙겼을 텐데 10년 동안 그걸 모르고 지냈어요.

남들 책은 어떻게 읽나요. 구체적인 광경이 궁금한데요

- 줄 치고 접고 적고… 나중에 보며 다시 정리하죠. 책을 험하게 다루는 편이에요. 냄비 받침으로도 쓰고요(웃음). 다만 남들과 다르게 읽어야 독서라고 생각해서 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나만의 해석을 곁들여야 된다고 여기죠. 읽고 나서 남들과 똑같은 이야기만 하면 제대로 읽은 게 아니죠. 스스로의 의미로 해석하고 텍스트 의미를 변화시키는 것이 진짜 책읽기라고 생각해요.

한동안 진중권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은 선글라스를 쓰고 비행기 조종간을 잡고 있는 사진이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진보 논객이 비행기 조종을 취미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중은 경악했다.

비행기 조종은 언제 배웠나요

- 평소 관심은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2006년이에요. 독일 유학 시절(1996년) 우연히 항공 잡지를 봤는데 경비행기를 10만 마르크(약 6000만원)면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2000년대 초반에 사려고 돈을 모았는데, 면허 따는 데 300만원이 들더라고요. 교육비인 거죠. 20시간 교육을 받으면 솔로 비행이 되는데, 실제로는 30~35시간은 해야 혼자 비행할 수 있는 정도가 돼요. 그래서 2006년 봄 절필 뒤 배우러 다녔어요. 그다음 한동안 아침 방송을 진행하면서 모은 돈 4500만원으로 중고 비행기를 샀죠.

생각보다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네요

- 당시에 서울시장 민주노동당 후보로 이문옥 전 감사관을 출마시키는 데 모아놨던 돈을 좀 썼어요. 그래서 2006년에 라디오 ‘시사전망대’를 진행하면서 다시 돈을 모았죠. 그런데 황우석 사태가 터진 거예요. 그때 심적으로 타격이 커서인지 제가 논객 안 하겠다고 접었었어요. 그때 약간 우울증도 왔었죠.

황우석 사태랑은 무슨 관계가 있나요

- SBS에 출연해서 황우석 교수를 깠거든요. 국민의 90프로 이상의 지지를 받는, 김연아 같은 존재를 깠으니, 당시에 위에서 압력이 오고 엄청난 압박이 가해졌어요. MBC ‘PD수첩’ 편들어주는 건 제가 거의 유일했으니까요. 그때 학교 후배가 실명으로 나를 게시판에 대놓고 깠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병원 다니고 약까지 먹었어요. 그러고 나서 다 그만두고 비행 등록을 한 거죠.

비행기 조종은 어디서 하는 거예요

- 원래는 경기도 화성 쪽이었어요. 대부도랑 제부도 있는 쪽에 비행장이 있었거든요.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정부에서 그 지역에다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만든다고 비행장을 철수시킨 거예요. 그러곤 활주로에다 덤프트럭으로 모래를 갖다 나르더니, 나중엔 그 사업 자체가 무산됐더라고요. 아무튼 그래서 비행장은 담양에 평지를 대여해서 이전했어요. 활주로는 기본 200~300미터만 되면 가능해요.

경비행기는 활주로가 정말 짧네요. 거의 달려서 뛰어내리는 수준인데요(웃음)

- 필리핀 가서는 피피엘이라는 조종면허를 땄고, 그다음엔 상업용으로 땄어요. 원래는 필리핀에서 택시 비행사를 하려고 했는데, 150시간까지 하다가 동양대학교 교수 제안받고 들어왔어요. 원래는 200시간까지 해야 하는데. 50시간 하는 게 귀찮아서(웃음). 아마 한국 안 왔으면 필리핀에서 관광객들 실어 나르면서 열심히 돈 벌고 있을 거예요.

조종사가 전망은 있나요

- 조종사 수요는 계속 있어요. 항공은 계속 발전하잖아요. 그래서 확실히 메리트는 있어요.

항공이나 비행 쪽에는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던 거예요

- 어렸을 때 공항 근처에 살았고, 꿈이 스핏파이어(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전투기) 한번 몰아보는 거였어요. 근데 그거 코스로 알아봤는데, 2억 정도 들더라고. 돈을 벌면 영국에서 타보는 게 소원이에요.

기획=정은혜 기자, 글=강용석
사진=문덕관(studio lamp), 장소 협조=스프링 컴 레인 폴(02-3210-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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