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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사건 7일 만에 153명 참사 … 중국 겨냥한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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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명을 태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8일 남중국해에서 실종된 가운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파견한 쾌속정이 9일 해상을 돌며 수색 작업을 펴고 있다. 중국 등 관련국들이 항공기와 배를 보내 수색에 참여하고 있다. 기름띠와 부유물이 발견됐으나 이 항공기에서 나온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신화=뉴시스]

8일 남중국해 비행 중 실종된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는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사고기가 통신 두절 직전 회항을 시도한 징후가 포착되면서 당시 기내에서 어떤 급박한 상황, 즉 테러 시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말레이시아의 로잘리 다우드 공군참모총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군 레이더 기록을 들여다본 결과 “항공기가 항로에서 벗어나 방향을 돌렸음을 시사하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종사가 회항하려 했다면 이를 항공사와 관제당국에 알려야 한다. 그러나 어느 쪽도 이러한 신호를 전달받지 못했다. 게다가 도난 여권 승객 2명을 포함해 최소 4명의 승객이 위조 여권을 소지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테러와 연관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제이슨 미들턴(항공학) 교수는 AP통신에 “폭탄(테러)이든가, 조종사에 대한 돌발상황으로 인해 비행기가 바다로 수직 강하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조 여권 소지자의 탑승이 이런 추측의 근거가 됐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여지껏 기체 잔해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은 기체가 약 3만5000피트(약 1만m) 상공에서 공중분해됐음을 말해주고 있다”며 사고 원인이 공중분해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고 조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고 지역에서 어떤 폭발도 감지되지 않았다는 미 국방부발 뉴욕타임스 보도도 다른 가능성들을 열어두게 한다. 베트남 해군은 기체 잔해로 의심되는 물체를 찾았다고 9일 오후 밝혔다.

 테러든 단순 사고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중국이다. 행선지가 베이징(北京)이었던 데다 승객 227명 중 153명이 중국 국적이다. 사망자 29명을 비롯해 170여 명이 사상한 지난 1일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위구르족 테러 사건에 이어 또 다른 대형 참사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정치협상회의와 전인대)를 덮쳤다. 중국은 “항공기의 연락 두절 원인과 여객기 위치도 확인되지 않아 테러 공격 사건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리자샹(李家祥) 민항총국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겨냥한 테러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승객 4명이 위조 여권을 사용했다는 것은 테러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쿤밍 테러는 신장 분리독립을 노리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무장세력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CC-TV는 8일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말레이시아 항공사로부터 받은 중국 국적 탑승자 명단을 전하면서 ‘마이마이티강 아불라(買買提江 阿布拉·35)’로 밝혀진 위구르족 화가의 이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단순한 민족 차별일 수 있지만 위구르족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8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을 관련 당국에 주문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이날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통화해 사고 원인 규명과 수습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특히 자국 해외 외교 공관에 사고 원인과 관련된 정보를 파악하고 외국 관계기관과 협조해 긴급 구조 준비작업에 나설 것도 주문했다. 테러 가능성과 관련된 정보를 철저히 수집하라는 얘기다.

 사고 비행기에 탑승한 중국 승객 가족 수백 명은 9일 베이징 리두(麗都)호텔에 모여 말레이시아 항공사 측과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승객 가족들은 “말레이시아로 가야 하는데 항공사 측이 가족당 2장의 항공표만 제공하고 여권 미소지자에 대한 여권발급 문제는 (중국 정부 문제라며)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해상 추락으로 인해 탑승자가 모두 희생된 것이라면 2001년 미국 뉴욕 JFK공항 인근에서의 아메리칸 에어라인 항공기 추락(265명 사망) 이후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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