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노동력의 농촌 역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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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시에서 날품을 파는 노동력이 농촌으로 일부 역류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한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 노동의 일시적인 변화겠지만 뿌리 깊은 불황의 진전과 함께 고용 문제의 심각함이 더해가고 있다는 증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시내 신촌·영등포 등 6, 7개소에 형성되고 있는 날품 근로자 시장이 근래 활기를 잃고 있는 것은 주로 도시의 불경기 때문일 것이다. 예년만 해도 초여름이면 각종 공사판의 일거리가 많아 제법 붐비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한달 평균해서 열흘도 채 일거리가 없다니 경기 없기로는 어디나 매일반인 것 같다.
이중 일부는 한창 일손이 모자라는 인근 농촌으로 품을 팔러 들어가고 있다하나 일부에서 보듯이 이것이 농촌의 임금이 도시 임금보다 높아진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 보다는 보리 베기·모내기 등 일이 많아진 농촌과 일거리 없는 도시간의 일시적인 노동력 이동에 불과한 현상이겠다.
도시 노동의 구조적인 농촌 환류가 이루어지려면 상대적인 소득의 흐름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최근 8년 동안 2백60만명의 농촌 인구가 줄어든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공업화 과정에서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다.
경제 성장이 흡수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이농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여러 사회 경제적 요인도 없지 않겠지만 가장 크게는 도농간의 소득 격차가 늘어난 때문일 것이다.
개발 초기의 저 곡가 정책으로 성장의 부담을 농촌에 크게 의존해온 것과는 달리, 최근 수년간은 그런대로 고 미가 정책을 펴온 덕분으로 농가의 절대 소득은 상당한 호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다.
농정 당국의 통계로는 지난해의 농가 호당 소득이 67만4천5백원으로 도시 근로자 가구당 소득 64만4천5백원을 오히려 앞질렀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아무튼 곡가 지원이 농촌의 명목소득 증대에 기여한 바는 적지 않다 하겠다.
이 같은 농가 소득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농가 인구가 줄어든 것은 아직도 농업 경영이 도시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고미가 정책으로도 보상하지 못하는 생산비 증가 때문이다.
지난해의 농업 경영비는 36·2%나 올랐는데 올해에도 비료값이 65%, 농약 32%, 각종 농기구가 25%씩이나 오른데다 노임도 40%가 올라 생산비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재정 부담의 한계를 내세워 그동안의 고 미가 정책도 올해부터는 상당히 후퇴할 조짐이 없지 않아 농업 경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근의 도시 노동 역류를 도농간의 소득 격차 해소에 따른 하나의 추세로 간주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보다는 도시 영세 근로자에 대한 노동 기회의 확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고, 다음은 농촌 노동력의 부족이 영농비 부담 증가를 유발하지 않도록 행정적인 노력 지원책을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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