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25전야와 흡사한 위장평화전략|김일성의 동구·아주 행각의 저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괴 김일성은 지난 5월22일「루마니아」를 방문한 후「알제리」「모리타니」「불가리아」를 돌고 5일에는「유고슬라비아」등 아주 비동맹국과 동구공산권을 순방했다.
김일성이 이번 동구공산권 및 제3세계 비동맹국 순방에서 자주적 평화통일을 주장함으로써 무력적화통일을 다짐했던 중공에서의 태도를 돌변시키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것은 김일성이 중공을 방문해 통일전선전략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으나 득보다 실이 컸기 때문에 위장평화전술로 급선회하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일성은 지난 5월22일「루마니아」방문 중「부카레스트」시 군중집회 연설에서『남북한은 자주적·민주적·평화적인 방법에 의해 통일되어야 하며 이 기본태도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일성의「자주적·민주적 평화통일」은 북괴의 대남 침략을 민족내부의 문제라는 구실로 정당화하려는 목적아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
김일성은 또「모리타니」에서『북괴는 남한에 공산주의를 실시할 의사가 없으며 통일은 평화적 수단에 의해 남북간 체제와 신념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달성되어야 한다』고까지 말하고있다.
북괴는 6·25 남침을 앞두고 48년3월25일『평양에서 전 조선정당·사회단체 대표자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의했으며 49년6월25일에는「조국통일민주주의 중앙위」선언서라 하여『남북조선의 통일적 입법기관선거를 실시하며 선거지도위원회를 정당사회대표자회의에서 구성하자』고도 제의했었다.
또 북괴는 남침을 불과 며칠사이에 두고 50년6월19일 북괴의 이른바 최고인민회의와 대한민국국회를 단일한 전 조선입법기관으로 연합하는 방법으로 조국통일을 실천할 것을 제의했었다.
이러한 평화통일 방안의 제의는 김일성이 지난 5월19일「알제리」에서 주장한 소위 조국통일 기본방침이라는 ①외군을 철거시킨 조건에서의 민주적 남북총선거 ②남북연방제 ③최고민족회의 등과 다를 것이 조금도 없는 것이다.
곧 남북정당 사회 단체 대표자 협의회는 최고민족회의로, 전 조선입법기관의 연합은 남북연방제로 그 명칭이 각각 뒤바뀐 데 불과한 것이다. 김의 이 같은 평화통일론은 또 이전부터 30여년간 계속되어온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상투적인 위장평화공세이며 주변정세의 변동에 따라 무력과 위장평화를 교묘히 사용해온 국제공산주의 수법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김일성은 동남아 정세가 공산화에 유리하게 전개되자 중공에서 호전적 발안을 장담하고 도발적인 행각을 했었다. 그러나 김의 호전적 발언이 미국정부와 의회 그리고 미국민의 여론을 대한방위조약 준수 쪽으로 기울게 했고 일본도 자국방위를 위해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데다 우리자신도 총력안보태세를 굳히고 나섬으로써 결정적으로 불리한 흐름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김일성은 위장평화전술을 또다시 들고 나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김일성은 한반도사태가 인지사태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올「유엔」총회를 겨냥하고 평화미소 전술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6·25전야까지도 남북정당·사회단체대표자 협의회 등 각종 남북회담을 주장했던 전례로 보아 북괴가 적극적인 위장평화공세로 나오면 나올수록 그 이면에는 무서운 흉계가 숨어 있음을 인지, 더욱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양태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