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재개통…수에즈운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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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에즈」운하가 5일 57년의 중동전쟁이래 8년만에 재개통 된다.
이날「사다트」「이집트」대통령을 태운 구축함「10월6일호」는 운하북단「포트사이드」에서 중간지점인「이스마일리아」를 향해 6시간의 항행을 한다.
「10월6일」은 73년10월 제4차 중동 전에서「이집트」군이「수에즈」운하를 넘어 동안의「이스라엘」군에 역사적인 공격을 가했던 날. 「사다트」대통령은 5일 축하통행직전에「가마시」국방상에게 명령해서 지금까지 군대의 관리하에 있던 운하를「수에즈」운하공사의 손에 넘겨준다.
「사다트」대통령이 운하재개를 결심하게된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국내적으로 경제부흥을 추진시켜보자는 것. 「30년 전쟁」으로 피폐해지고 외화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는「이집트」에 연간 4억5천만「달러」, 하루에 1백20만「달러」이상의 수입을 잡을 수 있는「수에즈」운하가「달러·박스」임에 틀림없다. 「이집트」는 운하 양단인「포트사이드」와「수에즈」를 자유무역항으로서「중동의 향항」을 노리고 있는 만큼「사다트」의 운하재개는「이집트」경제의 기사회생책인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서구제국의「탱크」와 화물선 운항거리를 단축시켜「아랍」지지를 유도하고 특히 소련 흑해 함대에 인도양에의 최단「루트」를 제공하는 댓가로 군사원조의 증액과 차관(20억「달러」)을 받아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
「수에즈」운하 재개 후 최대의 불안은 물론 중동전쟁이 또 일어날것이 아니냐는 것이지만「이집트」로서는 막대한 수입원을 일단 재개한 이상 사실상의 불전선언을 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재개후의 문제에서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미·소간의 긴장이다.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 8천㎞의「아프리카」우회 항로를 1백60㎞로 단축시켜주는「수에즈」운하의 전략적 가치는 너무나 크기 때문.
「수에즈」운하가 재개되면 소련의 흑해 함대(약80척)는 언제라도 이 운하를 경유, 단시간에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다.
운하 개통으로 소련흑해함대의 인도양 진출 기간이 10일간 단축될 것으로 보고있고 이에 따라「아라비아」만이나 석유지대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미국 지중해 함대의 경우 2척의 주력항공모함은 대형이어서 운하의 확장공사가 완성되기 전에 통과가 불가능한 형편.
「슐레진저」미 국방장관도『「수에즈」의 재개로 소련의 인도양 군사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영국이 68년「수에즈」이동으로부터 철수할 것을 발표한 이래 소련함대의 인도양 진출이 크게 늘어나 70년 당시 10척이었던 상주함정의 수가 지금은 30척을 넘고있다. 그러나 일단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함대가 운하와 같은 협로에 집결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에 전시의 이용가치는 별로 없는 것으로 평가되어 있다.
여하튼 현재처럼 미·소 대결이 열전 아닌 영향력 확대, 경쟁의 형태를 띠고 있는 한「수에즈」운하의 개통은 양대국 간의 해양경쟁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 틀림없다. <강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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