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젊은이들 위안부 왜 문제인지 캄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카사이 키미요 신일본부인회장이 "어느 나라에나 위안부가 있었다"고 망언을 쏟아낸 모미이 NHK 회장에게 보낸 항의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일본 국민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실상이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일본 국민에게 위안부 참상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지난달 8일 도쿄 분쿄구에 위치한 신일본부인회(新日本婦人の?)를 찾았다. 이 단체의 카사이 키미요(笠井貴美代·60) 회장은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 공론화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인사다. 그는 직접 작성한 항의 서한부터 보여줬다. 지난 1월 “어느 나라에나 위안부는 있었다”는 망언을 쏟아낸 모미이 가쓰토 NHK 신임 회장에게 보낸 것이었다. 망언을 멈추고 사과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발언을 듣고 용서할 수가 없었다”며 모미이 신임 회장을 비난했다.

 1952년 설립된 신일본부인회는 일본 여성단체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 됐다. 규모 또한 가장 크다. 한 달에 900엔(9500원)씩 회비를 내는 회원이 15만 명에 이른다. 재정이 넉넉하기 때문에 단체의 ‘독립성’이 보장된다.

 2011년 카사이 회장이 재임하면서부터 신일본부인회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위안부는 일본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다 여성인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본의 여성단체인 우리가 앞장서야 하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그가 한국의 위안부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건 남편 때문이다. 2007년부터 한국을 여러 차례 다녀가면서 조선왕실의궤의 한국 환수를 주장했던 일본의 공산당 소속 카사이 아키라(笠井亮·62) 중의원이 그의 남편이다. 이후 남편은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나눔의 집’을 다녀갔다. 카사이 회장은 “우리 부부 모두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사죄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일본 내 고위급 인사의 잇따른 위안부 망언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카사이 회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가문 자체가 워낙 할아버지 때부터 보수적인 집안이어서 그런 발언을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베 총리와 측근들이 강경 발언을 쏟아낼수록 더 많은 일본 국민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본에 위안부 피해 실상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현재 일본 교과서들은 위안부 문제가 “종결됐다”고 서술하거나 아예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일수록 위안부가 왜 문제인지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비정부기구(NGO)로서 신일본부인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지난해 9월 이 단체는 한국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86)·이옥선(87)·박옥선(90) 할머니를 일본으로 초청했다. 전쟁 당시 위안부로 지내면서 겪었던 참상과 피해 상황을 일본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도쿄와 교토에서 두 차례 이뤄졌던 증언은 현재 DVD로 제작 중이다. 카사이 회장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많이 질문을 해줘서 감격했다”고 밝혔다. 오는 22일에도 일본 나고야에서 강 할머니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해사실 증언에 나선다.

 237명 중 55명. 카사이 회장은 현재 생존해 있는 한국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숫자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은 물론이고 살아 계신 분들에게 배상까지 이뤄져야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글·사진 위문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