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일 반복하며 다른 결과 기대? 그건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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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데이브 시네이 플레시먼힐러드 글로벌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리더십 비결을 “많이 듣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사진 플레시먼힐러드]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결과는 다를 거라고 기대하는 건 ‘미친 사람들이나 하는 생각(insanity)’입니다.”

 데이브 시네이(57) 플레시먼힐러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뛰어난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플레시먼힐러드는 세계 3대 커뮤니케이션컨설팅 회사로 전 세계 27개국, 70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 시네이 회장은 2006년 글로벌 회장에 취임했으며, 지난해부터는 미국PR협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부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보스포럼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5명이 지구 인구의 절반이 소유한 것보다 훨씬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사회적인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리더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의 리더들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훌륭한 리더의 특징은 고통스러운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한다는 거다. 현실을 바로 알고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찾아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긴다.”

 - 말은 맞지만 실천은 어렵다. 한국의 많은 사람이 미래를 비관하고 있다.

 “ 그래서 리더십이 더욱 중요하다. 리더십의 핵심은 소통이다. 인재를 알아보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으려면 소통해야 한다. 제대로 된 메시지와 행동이 합쳐져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 소통을 잘하려면 어떤 자질이 있어야 할까.

 “비전이 제일 중요하다. 리더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이를 실현할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며, 다른 이들이 그 비전을 따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좋은 리더가 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해 당사자가 너무 많고, 이견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좋은 리더가 되려면 힘이 필요하다. 의견 일치까지는 아니어도 타협을 이끌어 낼 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 비전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포용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지난해부터 미국PR협회장을 맡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뭔가.

 “ SNS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하나의 신문을 읽고, 하나의 방송을 보고, 하나의 라디오를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수차례에 걸쳐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많은 것을 온라인으로 공유한다. 지금은 소비자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때 끼어들어서 의미 있는 걸 보여줘야 하는 시대가 됐다. 또 각 개인의 특성에 맞춰서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이나 방식도 달라야 한다.”

 - 한국 정부나 기업을 해외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이뤄낸 한국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50~60년 걸려 경제대국이 됐지만, 한국은 그 절반의 시간밖에 안 걸렸다. 짧은 시간에 이룬 민주주의와 한국인의 근면·성실성은 거의 전설이다.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 강력하다. 한국 안에서는 저성장이나 중소기업 문제에 대해 우려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면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미래 성장의 바탕이 될 것으로 본다. 북한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포악한 나라를 바로 옆에 두고 있다는 것도 한국을 존경하는 이유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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