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성 질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흔히 늦봄부터 여름철에 걸쳐 창궐하는 전염병으로 알려진 수인성 질환이 금년에는 이른 봄부터 극성을 부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경고다. 병원균이 월동하기에 알맞도록 지난겨울이 유난히도 따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인성 질환이란 말 그대로 물 (식수)이 병균을 옮겨 발병하게 되는 전염병이다. 예컨대 장 「티푸스」·이질·「콜레라」등이다.
상하수도가 완비되고 식품의 위생 관리가 철저하며 시민들의 위생 관념이 거의 습관적으로 몸에 밴 선진국에서는 수인성 질환 같은 것은 아주 드물게, 어쩌다 생기는 병으로쯤 알고 있다.
보사부 집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경우 아직도 해마다 4천∼5천명이 수인성 질환을 앓는다. 물론 학계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방 의학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높은 수인성 질환 발생율은 순전히 전국민의 3분의 2가 비위생적인 식수를 마시기 때문이다.
74년 말 현재 식수 수질 기준에 맞는 안전 식수를 마시고 있는 국민은 전체의 30%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농어촌 주민의 경우 겨우 8% 정도가 위생 기준에 맞는 식수를 마시고 있을 뿐, 대부분 비위생적인 우물물과 자연수를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확실한 숫자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1백만여명의 주민들은 냇물이나 빗물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 급수 보급율과 수인성 질환 발생율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역학상 원칙을 상기한다면 우리 나라에서 해마다 4천∼5천명 정도 수인성 질환 환자가 발생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안전 급수를 비롯한 환경 위생의 개선이 수인성 질환 예방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는 몇년 전 일본 방역 당국이 조사한 보고서를 검토해보면 자명해진다. 즉 매년 5천명 이상 발생하던 장 「티푸스」환자가 안전 급수의 실시로 그 10분의 1인 5백명으로 격감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수인성 질환의 예방은 안전 급수가 결정적인 관건일진대 국민 다대수가 비위생적인 식수를 마시고 있는 오늘의 현상을 해결함이 없이는 근본적인 수인성 질환 예방책이 있을 수 없다.
더우기 종래에는 이들 수인성 질환이 농어촌에 주로 발생하던 것이 최근에는 농어촌보다 오히려 서울에서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변두리 지역 주민들이 식수난으로 불결한 지하수 등을 마시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변두리 지역의 3백24개 우물을 조사한 결과 소독을 필요로 하는 우물이 62개, 먹기에 부적한 것이 2백29개로 95%가 각종 병균으로 오염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따라서 당국은 환자가 발생하면 그저 전시용으로 소독약이나 뿌리는 종래의 태도를 버리고, 수질 관리나 안전 급수와 같은 근본적인 예방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장「티푸스」·이질·「콜레라」 등 수인성 질환을 일으키는 병균의 온상지가 되는 집 주위의 웅덩이·하수도·수채·변소 등을 철저히 청소, 소독하고 물은 될 수 있는 대로 끓여 마시는 습관을 갖도록 각자가 유의해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