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 … 큰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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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골프 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약 50%의 점유율을 가진 타이틀리스트와 나머지 회사들 간이다. 타이틀리스트 프로V1은 2000년 출시되어 14년간 골프계를 지배하고 있다. 프로 V1의 슬로건은 ‘One ball fits all’이다.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모든 샷에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또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볼이라는 의미다.

 도전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볼’이라는 부분을 공격하고 있다. 캘러웨이 CEO 칩 브루어는 한국을 찾아 “클럽 헤드와 샤프트 등 모든 장비가 각 사람에게 적절한 것이 있는데 골프공만은 다 똑같은 걸 쳐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던롭코리아의 김세훈 마케팅 팀장은 “프로용 볼은 스윙 스피드가 빠른 사람이 쳤을 때 에너지를 적절히 전달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아마추어에겐 거리가 짧아지는 볼”이라고 말했다. 브릿지스톤과 던롭, 캘러웨이 등은 약속이나 한 듯 다양한 스윙 스피드에 맞는 볼을 출시했다.

 타이틀리스트는 ‘스윙 스피드나 거리 등 한 가지 기준으로 볼을 선택하는 건 적당하지 않다. 특히 쇼트게임을 무시하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최인용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 센터장은 “스핀이 부족한 비거리용 볼을 써 그린을 넘어가면 더블보기를 할 확률이 크다. 쇼트게임이 좋은 선수가 투어를 지배하고 아마추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브릿지스톤 백영길 마케팅 팀장은 “아마추어에게 필요한 것은 거리이며 스핀이 많은 공은 슬라이스와, 훅이 잘 걸린다”고 말했다. 캘러웨이 김흥식 이사는 “주말 골퍼에겐 호쾌한 비거리가 큰 즐거움이며 프로처럼 딱딱한 그린에서 라운드하지 않고, 그린을 넘어가더라도 의기양양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프로 선수가 많이 쓰는 볼’로 마케팅하는 타이틀리스트와 아마추어에게 맞는 볼이라고 광고하는 여타 업체와의 볼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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