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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세종역 논란, 언제까지 외면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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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얼마 전 KTX 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소란이 있었다. 세종시가 ‘2030 도시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KTX역 건설 추진을 명시한 게 발단이었다. 2030년까지 인구 80만 명의 자족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KTX역이 꼭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지금은 대부분 충북 청원군에 있는 오송역을 이용한다. 이런 계획이 발표되자 충북이 발끈하고 나섰다. 오송역을 중심으로 ‘오송바이오밸리’를 구축하려는 충북으로선 세종역 신설이 달가울 리 없다. 논란은 국토교통부가 ‘세종역 설치계획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발표하면서 사그라졌다. 지난해 초에도 비슷한 소동이 있었다. 당시엔 국토부가 세종역 건설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역시 국토부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하지만 논란이 잠시 멈췄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듯하다. KTX 세종역 말이다. 세종시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12개 중앙부처가 옮겨와 있다. 총리실도 있다. 인구는 약 12만 명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세종시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은 너무 빈약하다. 서울에서 KTX를 타면 오송역에 내린 뒤 다시 BRT(간선급행버스)를 타야만 한다. 아니면 고속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오송역에서 세종청사까지 거리는 18㎞다. 서울시청과 경기도 광명시청 간 거리가 딱 이 정도다. 서울시청에 가려고 서울역을 놔두고 광명시에 내리는 셈이다. BRT를 타면 오송역에서 세종청사까지 15~20분 걸린다. 그런데 배차간격이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하곤 평균 15분이다. 이를 감안하면 오송역에 하차해서 세종청사까지 가는데 대략 30분은 잡아야 한다. 택시라도 타면 2만원을 훌쩍 넘는다.

 민원인 입장에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세종시에 역이 있다면 불필요했을 시간과 비용 부담이다. 세종청사 민원인은 하루 평균 2800명이다. 연인원으로 치면 100만 명이 넘는다. 날씨가 풀리면 더 증가할 거란 게 세종청사관리소 측 얘기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국회 때문에 하루에도 두세 번씩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공무원들도 있다. KTX를 타기 위해 이동하며 버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또 하나 요즘 도시를 개발할 때 중점을 두는 게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다. 대중교통 친화적 개발이란 의미다. 도시 내 원활한 대중교통망 구축뿐 아니라 도시 간 빠른 연결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세종시는 점수를 제대로 받기 힘들다.

 이런 비효율은 정리가 필요하다. 물론 세종역 건설 논의가 오송역 주변 개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마냥 대립만 할 게 아니라 정부와 당사자들 간에 머리를 맞대고 절충점을 찾았으면 한다. 오송 지역 추가지원 방안도 포함해서 말이다. 당장 시끄럽고 골치 아프다고 외면만 해서는 해결될 게 없다.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