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70대 살인사건 중요 참고인, 흉기에 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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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발생한 70대 노인 살인 사건의 중요 참고인이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포경찰서는 25일 오전 8시쯤 마포구 염리동의 한 상가건물 2층에서 건물주인 박모(75)씨가 집 앞에서 흉기에 찔렸다고 26일 밝혔다. 박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집에 같이 있던 박씨의 아내는 “'경찰에서 조사를 나왔다'며 집을 찾아온 신원 미상의 괴한에게 문을 열어줬다가 변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이 박씨 집 주변의 CCTV를 모두 살펴본 결과 괴한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박씨가 며칠 전 인근에서 발생한 강모(75·여)씨 살해 사건과 관련해 두 차례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점으로 미루어 두 사건의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박씨 피습사건이 자작극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일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일어난 염리동의 한 다세대주택 3층에서 집주인인 강 씨가 현관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강씨 시신 부검결과 얼굴과 머리, 몸 곳곳에 심하게 맞은 흔적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누군가가 강 씨를 살해한 뒤 화재 사고로 위장하려 집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의 문이 열려있던 점 등으로 미뤄 면식범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한편 피습당한 박씨는 강씨가 숨지기 전날 밤 인근 식당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귀가해 사건 당일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다음날 박씨는 지인에게 "자신이 강 씨를 살해했다"고 말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모 방송사 기자가 "박씨가 지인에게 강씨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고 경찰서에 신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박씨는 2차 경찰 조사에서 “전날 조사받은 내용을 말한 것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숨진 강씨의 손톱에서 박씨의 DNA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돼 박씨를 둘러싼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박씨와 숨진 강씨는 염리4지구의 재개발 조합원이다. 경찰은 지역 재개발 사업에서 생긴 갈등으로 발생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강씨는 부동산 등을 포함해 30억대의 재력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혜진 기자 k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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