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하나 받으면 하나 주기 … 바쁜 척 아는 척 잘난 척 하지 않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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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두 부류의 워킹맘이 있다. 애를 위해 전업주부 못지않게 발 벗고 뛰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매사 소극적이거나. 이를 이모(47·개포동·대기업 부장)씨 식으로 표현하면 “전전긍긍하며 다른 엄마 비위 맞추거나, 아예 신경끄고 뻔뻔하게 살거나”다.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차라리 있는듯 없는듯 존재감 없는 건 괜찮아도 밉상 워킹맘은 곤란하다는 것. 문제는 많은 워킹맘들이 어쩔 때 밉상으로 전락한다는 걸 잘 모른다는 거다. 대표적인 게 정보 획득이라는 목적만 앞세우거나, 아니면 해보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다음은 전업주부 임모(45·송파구)씨 얘기.

“같은 반에 워킹맘 많으면 솔직히 부담스럽다. 엄마들이 나눠서 할 학교 일이 딱 정해져 있는데 결국 전업주부 일이 늘기 때문이다. 아무리 워킹맘이라도 어떻게든 시간 내서 나오면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 그런데 얄밉게 구는 사람이 있다. 어쩌다 한번 나와서는 기존 룰을 다 뒤엎으려는 사람들이다. 나름 효율적이니까 그렇게 운영하는 것인데 평소 나오지도 않는 사람이 갑자기 나와서 참견하면 예쁠 턱이 있나.”

이러니 학원 정보를 줄 리가 만무하다.

전업주부 이모(46·대치동)씨는 “학년초에만 얼굴 한번 비추고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전화 오면 백이면 백 전부 학원 정보 묻는 워킹맘”이라며 “매어있는 직장이라도 월차 등 노력하면 얼마든지 시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 그럴 마음이 없어서 안하다가 무작정 정보 내놓으라고 하면 누가 주고 싶냐”고 했다. 그는 또 “워킹맘 눈에는 쉬워보여도 사실 전업주부는 하루 24시간을 정보 찾고 애들 기사 노릇하느라 진짜 바쁘다”며 “이런 노력은 뒷전이고 자기 이익만 취하려고만 하니까 배척당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임씨도 격하게 동감했다. 그는 “전업주부라고 학원 정보 얻기가 쉬운 게 아닌데 학기초만 되면 톡 털어먹으려는 엄마들이 있다”며 “워킹맘은 어떤 엄마가 정보를 잘 줄까, 라는 생각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 직감적으로 불쾌할 때가 있다”고 했다. 임씨는 “우리는 하루종일 아이 일과에 맞춰 눈치 보며 정보 찾고 고생한다”며 “회사 다니면 승진이라도 하겠지만 우리에게 승진은 아이가 좋은 학교 진학하는 것 밖에 더 있냐”고 했다. 그래서인지 제일 속상한 건 자기 애가 워킹맘 애보다 못할 때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시각에 워킹맘들도 대체로 동의한다.

홍보회사 대표인 신명(45·동부이촌동)씨는 “나도 워킹맘이지만 본인 희생없이 정보만 얻어가려는 워킹맘은 나도 싫다”고 했다.

방송작가 이모(45·잠실)씨도 “내가 전업주부라도 워킹맘이 싫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워킹맘과 전업주부를 모두 경험한 약사 양모(43·정자동)씨는 “둘 다 해보니 요령이 생긴다”며 몇가지 노하우를 알려줬다. 첫째, 절대 튀지 말라는 거다. 특히 돈과 물량공세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나쁘다고 했다.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표시하는 건 밥 한끼 정도면 되지 선을 넘으면 왕따 당한다고 한다. 둘째, 같은 반에서 한 엄마만 확실하게 친해지면 된다. 여기서도 주의할 게 있다. 아무리 친해도 사례는 확실히 하라는 거다. 셋째, 애 행동을 조심시켜야 한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워킹맘 애들은 ‘쟤는 엄마가 집에 없어서 저래’소리를 듣는다. 엄마끼리만 수근거리면 그나마 다행이다. 애 귀에도 흘러들어가면 애가 상처받는다. 넷째, 한 학기에 한번은 무리해서라도 학교 행사에 꼭 얼굴을 비쳐야 한다.

안혜리·윤경희·김소엽·전민희·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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