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연합군 "우린 해방군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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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합군 측과 이라크 측의 심리.선전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연합군 측은 단기간에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이라크 국민의 민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홍보'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미 지상군은 최근 병사들에게 전례 없는 특별행동수칙을 하달했다. ▶이라크 진격시 군용 장비나 차량에 성조기나 부대기를 달지 말 것▶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초콜릿.사탕 등을 나누어주지 말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미군부대 행렬이 성조기를 나부끼며 이라크로 진격해 들어갈 경우 현지 주민에게 '점령군'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군은 자신들이 후세인의 독재에서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해방군'이어야지 '점령군'으로 비춰져서는 곤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초콜릿 등을 나눠 주지 못하게 한 것은 이들이 무더기로 차량 행렬에 몰려들어 사고가 발생하는 사태를 막자는 취지다. 어린이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이라크 측의 역선전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군의 최전방 부대를 이끌고 있는 팀 콜린스 중령도 20일 장병들에게 행한 출정 연설에서 "미.영 연합군은 점령군이 아니라 해방군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하고 "적과의 전투에서는 잔인하되 승리한 뒤에는 최대한 관용을 베풀 것"을 당부했다.

연합군은 또 이라크군의 투항을 종용하는 전단을 살포하면서 선무 방송도 강화하고 있다. 미군 항공기들은 개전을 전후해 2천만장에 가까운 전단을 살포 중이다. 또 첨단기술을 이용해 이라크 라디오 채널에 침투, 심리전 방송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라크 측은 반전여론 확산 전술로 맞서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외국인에 대한 입국 비자를 무제한으로 발급, 최대한 많은 '인간방패'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통해 반전여론을 확산하고, 연합군의 공격을 차단해 보자는 의도다.

이라크는 또 외국언론에 전쟁 피해 상황을 알리기 위해 20일 미군의 공습을 받은 바그다드 남부의 한 정유공장과 공습으로 다친 환자들이 입원한 병원에 외신 기자단을 초청하기도 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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