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당근은 나쁜 안색에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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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집을 지을 때 대문에 신경을 쓰는 심리는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특히 우리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른바 대문 심리가 마음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집은 비록 허술할지라도 대문만큼은 그럴 듯하게 세우고 꾸민다.
이러한 대문 심리는「용모단정」을 중요시하는 심리와 일치된다.
의미는 다르지만 의학에서도 용모를 지극히 중요하게 여긴다. 환자를 진단할 때 의사들은 세심히 살펴보고(시진), 두들겨 보고(촉진), 청진기로 들어보는(청진) 3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이 3가지 방법 중에서 시진은 경험 있는 의사일수록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진찰실을 들어서는 한자의 용모를 뜯어보고 이내 병명을 알아내 버리는 것이다.
용모, 특히 안색은 건강의 반사경이라고 할만큼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드러내 준다.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사회적인 건강까지도 안색에 나타난다. 안색과 건강은 안팎(표리)관계에 있다고도 말한다.
그러므로 안색이 나쁜 것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사회적으로든 건강하지 못함을 뜻한다. 「용모단정」을 강조하고 중요시하는 심리는 요컨대「건강함」을 바라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런 심리 때문에 안색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손해와 피해를 겪는 예가 허다하다. 나쁜 안색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안색이 나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용모단정을 바라는 대문 심리」를 충족시켜 줄 처방이 있다.
일본의 한 학자가 처방, 안색이 나쁜 사람들에게 실천하도록 권장한 결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의 처방을 소개하면-.
▲15㎝정도의 길이로 자른 당근 1개 ▲사과 1개 ▲귤 반쪽 ▲벌꿀 약간.
당근과 사과, 그리고 귤을「믹서」에 넣어「주스」로 만든 후 약간 단맛이 나도록 적당량의 벌꿀을 타서 마시면 나쁜 안색에 좋다는 것이다.
이 당근「주스」의 약효는 영양식품인 사과와 귤에서 나오기도 하겠지만 주로 당근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물론 꼭 집어서 당근에 함유된 어느 성분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굳이 따진다면 당근에 다량 농축되어 있는「비타민」A가 어느 정도 그러한 약효를 발휘한다고나 할까.
당근은「비타민」A의 보고라고 불리는데 병균에 대한 피부의 저항력이라든지 피부미용은「비타민」A가 맡고 있다. 최근에는「비타민」A가 항암 작용까지 지니고 있다니 당근「주스」의 상식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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