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경관의 이중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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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청부살인에 고리대금 혐의까지 받고 있는 경북경찰청 소속 장모(39) 경사가 모범경찰 표창을 13차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료 경찰들은 그를 ‘잘나가는 모범경찰관’으로 불렀다고 한다.

 24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장 경사는 1999년 순경으로 경찰에 발을 디딘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13차례 상을 받았다. 경북경찰청장, 경찰서장 표창 등이다. 2011년 경북경찰청장은 장 경사를 올해의 ‘경찰 명인’으로 뽑았다. 불법 오락실과 술을 파는 노래방 등 식품위생법 위반 업소를 수십 곳 적발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수사 업무에 탁월한 업무성과를 냈다는 이유로 경북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장 경사는 표창을 받는 동안에 범죄의 싹을 키우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장 경사는 청부 살해한 전직 경찰관 이모(48)씨에게 2008년부터 돈을 꿔주기 시작했다. 경북 칠곡의 한 파출소에서 함께 근무한 게 인연이었다. 지난해까지 14차례에 나눠 빌려 준 돈은 2억2000만원이다. 이씨는 빌린 돈을 주로 주식투자에 썼다고 한다.

 또 형님으로 부르며 자신을 따르던 배모(32)씨에게도 사업자금 명목으로 4000여만 원을 빌려줬다. 아파트(105㎡) 등을 담보로 대출받아 빌려준 것이다. 배씨의 진술에 따르면 장 경사는 1000만원에 월 100만원(연리 120%)의 이자를 받기로 하고 돈을 줬다.

 이씨는 2010년 명예퇴직하며 받은 돈 1억여원을 장 경사의 빚을 갚는 데 썼다. 지난해 5월엔 생명보험(2억원)에도 가입해 수급자를 장 경사로 해뒀다.

 장 경사는 이씨가 돈을 제대로 갚지 않자 배씨에게 범행을 사주했다. 배씨에게 “이씨를 살해하면 남은 빚을 탕감해 주고 사례비를 주겠다”고 했다. 장씨와 배씨는 각각 살인교사와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표창은 품성 등은 따지지 않고 오직 공적만 따져서 주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조직원들과의 화합이나 주위 평판 등 다각도로 검토해 상을 줄 수 있도록 포상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24일 장 경사가 근무하던 경북 칠곡경찰서 정태진(43) 서장을 지휘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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