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외대 특강 초청 … 돈키호테 정신 있었기에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25일 퇴임하는 한국외대 박철(63·사진) 총장은 마음속에 늘 이 말을 간직하고 산다. 외대 스페인어과 1학년 때 처음 원문으로 접했던 소설 『돈키호테』에 나온 말이다. 2002년 노벨연구소가 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로 선정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꿈과 이상을 향해 끝없이 도전하는 인간 의지의 위대함을 묘사하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돈키호테 연구자로 불리는 박 총장은 “불굴의 의지로 끝없이 도전하는 돈키호테의 정신을 젊은 세대들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돈키호테 출간 400주년을 맞아 2004년 국내 최초로 스페인어본을 완역한 박 총장은 2009년 한·중·일 통틀어 5명뿐인 스페인 왕립한림원 종신회원으로 임명됐다.

 박 총장 역시 지난 임기 8년 동안 돈키호테처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선 뚝심을 발휘했다. 그의 첫 시련은 2006년 4월 취임 한 달 만에 벌어진 노조 파업이었다. 대학노조 사상 최장 기간(9개월)이었던 이 파업에도 노조의 불공정한 인사권 개입을 개선하겠다는 박 총장의 뜻은 꺾이지 않았다. 박 총장은 “끊임없이 교직원들을 설득하고 교수·학생 등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외대’를 기치로 내건 그는 본격적인 대학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교수들의 연구를 독려하고 전 세계를 돌며 외대의 가치를 알렸다. 특히 2006년 150여 곳에 불과했던 해외 자매결연 대학 수가 지난해 기준 86개국 568곳으로 늘었다. 퇴임을 일주일 앞둔 17일까지 쿠바 최고의 명문대인 하바나 대학을 방문해 교류협정을 맺는 등 8년 동안 30여개국 90여 대학을 발로 뛰었다.

2009년엔 교직원들 반대를 무릅쓰고 지하캠퍼스를 건립해 2006년 9만㎡에 불과했던 캠퍼스 연면적(본교)을 16만㎡로 넓혔다.

 ‘글로벌 외대’를 향한 그의 노력은 2012년 3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학교 방문으로 빛을 발했다.

“처음 5~6개 대학이 후보군에 올랐을 땐 큰 기대를 안 했어요. 하지만 그동안 외대가 이뤘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진심을 다해 설명했죠.”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외대 지하강당(현 오바마홀)에서 열린 특강에서 “외대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외국어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경제 기적을 만든 인재들을 배출한 훌륭한 학교”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나 외대의 발전 모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돈키호테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글=윤석만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