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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약이 되는 식품|메밀…몸 덥게 하고 혈압 내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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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네 정신이 있나 없나. 이 추위에 무슨 냉면인가?』
『그래도 고혈압에 좋 다지 않은가.』
『이 사람아, 냉면은 냉한 식품이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철에나 효과가 있지 겨울철엔 오히려 해로와.』
『그러면 온면을 먹지.』
『온면도 냉면과 마찬가지로 메밀로 만든 것이니까 다를 게 없어요. 원래 메밀자체가 냉한 식품이니까. 더군다나 내가 신경통으로 고생하고 있는걸 잘 알잖아. 한의사들이 그러는 데 신경통에 냉한 식품은 아주 나쁘대요.』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냉면 집 앞에서 두 사람의 중년남자가 서로 끌고 잡아당기는 모습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메밀이 냉한 식품이어서 겨울철에 오히려 해롭다는 것은 오해일 따름이다. 메밀은 결코 몸을 차게 하는 식품이 아니다. 오히려 몸을 덥게 한다. 메밀의 산지가 추운 북쪽 지방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한 냉 지방에서 메밀이 거두어지는 것은 일종의 자연의 섭리에 따른 생리적인 요구에 부합된다. 식품의 효용 법칙은 열대지방에서 나는 식품은 몸을 차게 해주고 추운 지방에서 나는 식품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법칙은 춘하추동에도 적용된다.
계절 식을 잘 지키면 장수한다는 말은 바로 자연계 식품의 법칙을 뜻하는 것이다. 온상재배식품이 그다지 생명의 양식이 되지 못한다는 말도 마찬가지 뜻이다.
메밀은 몸을 덥게 해주는 식품이므로 오히려 겨울철에 안성마춤이라고 하겠다. 베개 속에 메밀껍질을 넣는 것은 메밀이 몸의 열을 보하고 머리는 차게 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고혈압에 메밀이 좋은 것은 메밀 속에 치솟은 혈압을 끌어내려서 안정시켜주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루틴」이라는 물질이다.「비타민」P라고도 불리는데 혈압을 낮추는 효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말초 모세혈관의 저항성과 탄력성을 높이고 현관 벽을 튼튼하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신비스러울 정도로 약효를 발휘하는「루틴」이 메밀 속에 다량 농축되어 있는 사실은 메밀을 상식하는 산간지방의 주민들이 장수한다는「리프트」의 과학적인 설명이 되기도 했다.
고혈압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가장 많은 계절은 겨울철이다. 따라서 메밀로 만든 메밀국수나 냉면은 여름철보다는 오히려 겨울철에 적극 권장되어야 마땅하다.
단지 메밀가루는 거의 들어있지 않은 가짜냉면이나 가짜 메밀국수가 판을 치고 있는 점이 문제다.
한편 메밀가루에 다시마가루를 넣어서 국수를 만들면 맛도 좋아지고 고혈압에 대한 효능도 배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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