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외상의 중동평화협상 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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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춘 중간전쟁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설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가운데, 「안드레이·그로미코」소 외상은 「시리아」(1일∼2일)와 「이집트」3일∼5일) 방문의 분주한 일정을 마쳤으며, 그에 뒤이어 곧 「헨리·키신저」미 국무장관도 중동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러한 양 대국 외상들의 대 중동 외교행각은 전쟁일보전의 위기를 협상으로 타개해보자는 시도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중동에 다시금 감돌기 시작한 위기는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제5차 중동전쟁이 일어날 개연성이 매우 큰 것이다.
중동에 파견된 「유엔」감시군의 주둔기간은 「시나이」반도에서는 오는 4월, 「골란」고원에서는 5월말에 각각 끝나게 돼있다. 또 「아랍」제국들은 그 동안 무려 1백억「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새로이 발주했다. 뿐만 아니라 「아랍」산유국의 석유전략으로 말미암은 세계적인 경제파동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발전은 그 어느 한 국면이라도 조기에 타개되지 않는한, 전화를 일으킬 위험이 심각한 것들이다.
중동사태를 전쟁 아닌 평화협상으로 해결하려면 미·소간 또는 「이스라엘」과 「아랍」 제국간의 상반된 주장이 접근 점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이러한 평화 협상은 오는 3월까지를 목표로 해서 추진 중에 있는 산유국·소비국·개발도상국 등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석유회의준비와 6월로 예정된 본 회의 등을 앞둔 시한적 성격마저 띠고 있다.
그러나 「그로미코」소 외상이 「시리아」 및 「이집트」를 방문한 후 각각 발표된 공동성명을 보면 다같이 「제네바」평화회의에 의한 일괄 해결방식지지와 동 회의에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참가를 촉구하고 있다. 결국 「키신저」미 국무장관이 주장하는 단계적 해결방식이나 「이스라엘」측의 PLO의 배제주장과는 아직도 거리가 먼 것이다. 이밖에「아랍」점령지역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문제를 에워싸고서도 아직은 서로 상반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그로미코」의 뒤를 이어 곧 중동을 방문하게될 「키신저」장관의 현지조정에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지금 속단할 수 없으나 평화협상의 전도는 여전히 험난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쟁이냐, 평화협상이냐의 갈림길에서 파국적인 전쟁보다도 평화적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중동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있어서의 미·소양대국의 영향력만큼 중대한 것이 없다는 것도 또한 자명하다. 만약에 미·소가 이미 상당히 성숙시켜 놓은 이른바 「데탕트」정신을 살려, 중동문제를 해결하려한다면 협상의전도 또한 결코 어둡기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소 양 외상의 최근 중동행각은 중동사태의 평화적 해결 여부는 물론 미·소간 「데탕트」의 진전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정치 면에서나, 경제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동사태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큰 관심의 초점임은 재언할 필요가 없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아·중동공관장회의에서는 동지성에 대한 외교강화 책이 논의되었지만, 중동에서의 항구평화와 동 지역과의 관계개선은 우리의 상면과제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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