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지켰나, 버렸나 … 야누코비치 탄핵 … 푸틴의 속마음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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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실각을 두고 올림픽 성공에 매달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허를 찔렸다는 분석과 크렘린궁의 노림수에 우크라이나가 놀아나는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유럽·미국과 협의 아래 야누코비치를 연말까지 유임시키려 했지만 사태 급변을 막지 못했다고 22일 전했다. 푸틴이 전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통화하는 등 사태 수습에 애썼지만 극렬 시위대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2004년에 이어 또다시 패했다. 서방이 쿠데타를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익명을 요구한 크렘린 고위 관계자의 주장이다.

 반면 러시아가 야누코비치를 포기했다는 관측도 있다. 러시아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드미트리 트레닌 소장은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야누코비치는 결코 러시아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며 “러시아는 여러 번 실망하고 그를 못 미더워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과 협력 협정 체결을 꽃놀이패 삼아 러시아와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야누코비치를 푸틴이 팽(烹)시켰다는 분석이다.

 푸틴의 대응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극단적 선택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침공해 합병하는 것이다. 앞서 푸틴의 정치 보좌관 출신인 안드레이 일리아노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장악을 노리고 있다며 올림픽만 끝나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데일리비스트 2월 4일자).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인 폴란드와의 사이에 완충지대로 남겨 놓는 것이 러시아의 군사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 폭스뉴스는 러시아는 무력보다는 에너지 수출입과 경제 원조 등 기존 카드로 우크라이나 과도정국을 지배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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