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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흑인 문제로 손발 안 맞는 아프리카의 두 백인 공화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포르투갈」 혁명 정부의 「아프리카」 식민지 해방 정책 추진과 함께 급「템포」로 흑색화해 가는 「아프리카」에서 잔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두 백인 통치국 「로디지아」와 남아연방이 국내 흑인문제를 놓고 손발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고 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유엔」의 비난 결의·세계 여론의 압력에도 여유를 보였던 남아연방의 「포르스테르」 수상은 지난 12월 갑자기 「잼비아」의 「카운다」 대통령을 만나 「루사카 」협정 이란 걸 맺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루사카」 협정은 우선 국민학교 7년·중학교 교육과정 1년 이상을 마친 「로디지아」의 흑인들에게 제한 된 공민권을 부여하고 이들과 백인들이 선거에 참여하여 과도 의회를 구성, 앞으로의 다수파 지배를 위한 길을 튼다는 것이다.
남아연방이 「로디지아」문제를 두고 제 멋대로 흑인 지도자들과 협정을 맺은 것은 「로디지아」 백인 정권이 남아의 후견으로서만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모잠비크」가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보장받은 이래 남아와 인접한 국경 일부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흑인 통치국에 둘러싸인 「로디지아」는 대외 무역을 위해 남아의 항구를 이용해야만 하고 또 서북 국경 지방의 「게릴라」 진압을 위해 남아로부터 2천명의 낙하산 부대 및 군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로디지아」 흑인 해방 기구인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의 계산으로는 15만 명에서30만 명의 흑인이 선거 자격을 얻을 수 있어 백인 유권자 8만4천5백 명을 압도, 5년 후에는 흑인이 다수파로 「로디지아」정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아연방으로서는 「로디지아」가 5년 안에 흑인 통치하에 들어가든 말든 우선 자국이「아프리카」 월남화 신세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루사카」 협정에 동의해야 했고 「로디지아」의 모든 정치범을 석방시키고 대사령을 내리며 정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이언·스미드」 「로디지아」 수상에게 압력을 넣었다. 「포르스테르」남아 수상이 국내적으로는 인종 차별 정책을 취하면서 대외적으로 흑인과의 화해 정책을 추구하는 기수로 등장한 반면 궁지에 몰린 「로디지아」의 「이언·스미드」 수상은 최근 「포르스테르」의 화해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즉 「로디지아」는 75년도에도 종래의 정책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하고 ANC 지도자들의 출국을 거부하며 최근 「로디지아」에 주재하고 있던 남아 경찰관 4명이 피살된 것을 계기로 정치범 석방을 거부했다.
「로디지아」의 이런 행동에 대해 남아의 친 정부 지 「디·트란스발러」는 『「스미드」수상이 흑인 통치를 수락하지 않는다면 남부 「아프리카」 전역은 유혈적인 인종 분쟁에 직면할 것이며 「로디지아」는 남아가 무한정 지원해 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물론 이것은 「스미드」의 고집에 대한 「포르스테르」의 조바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2인 3각의 관계에 있는 남아와 「로디지아」가 대 흑인 화해 정책에서 이견을 노출 한 것도 따지고 보면 결국 다수 흑인의 억압 위에 가능했던 백인 기득권 유지에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포르투갈·쿠데타」에서 연유된 「아프리카」 식민지 해방은 백인 통치국들을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넣고 있는 것 같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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