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별 따기라는 8체질 … 대체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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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일 오전 7시에 4월 진료 예약 받아요. 보통 1시간이면 마감되는데 전화가 몰려 연결이 안될 수 있어요.”

“올해 진료 예약은 모두 마감됐어요. 내년 진료 대기자는 400명인데 이름 올려드릴까요.”

지난 12일 제선한의원(신당동)과 차움(청담동)에 예약을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제선한의원은 진료 한 달 전 딱 하루만 예약을 받는다. 차움은 아예 올해 초진 예약이 마감됐다.

대체 무슨 진료길래 이렇게 인기일까. 두 곳 모두 8체질의학(이하 8체질)으로 체질 진단 후 체질에 맞춘 치료를 한다. 제선한의원은 8체질을 처음 만든 권도원(92) 한의학박사가, 차움은 권 박사 제자인 김창근(46·사진) 차의과대학 교수가 진료한다. 8체질이란 신체 장기 기능의 강약 등에 따라 목양·목음·토양·토음·금양·금음·수양·수음의 8가지 체질로 분류한다. 원래 강한 장기가 더 강해지고 약한 장기가 더 약해지는 불균형으로 질병이 생기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같은 병이라도 체질에 따라 치료법을 다르게 한다. 기존 사상의학과는 체질 분류법부터 치료법까지 다 다르다. 사상의학이 한약 치료를 우선시한다면 8체질은 침 치료가 중심이다. 또 체질에 맞는 음식과 운동을 규정한 섭생법을 따르기 때문에 체질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진맥이 체질 진단의 유일한 방법이다. 안정된 상태에서 맥을 짚기 위해 환자가 누운 상태에서 양쪽 손목을 번갈아 가며 짚는다.

8체질은 1965년 권 박사가 국제학회에 발표하며 알려졌다. 10여년 전부터 찾는 사람이 늘었고, 최근에는 질병 예방에 관심이 높아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 최성훈(32)씨는 “딱히 어디가 아프진 않지만 내 체질을 알고 관리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거 같아 찾았다”고 말했다.

치료 범위가 넓고 접근이 쉬운 게 8체질 인기의 한 요인이다. 김 교수는 “8체질은 허리·어깨·무릎 등 근골격계 질환부터 위염·간염·방광염 같은 내과적 질환까지 치료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섭생법을 강조하기 때문에 음식 관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많이 찾는다.

8체질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한의원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의학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유명한 2곳의 한의원을 모두 가봤는데 각각 다르게 체질진단을 받았다는 식이다. 주부 김주현(42)씨는 “한 곳에선 토양체질, 다른 곳에선 목음체질이라고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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