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삼목 신내각의 출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끼·다께오」씨를 수반으로 하는 일본의 새 자민당 정부가 9일 정식으로 발족했다. 이날 하오 늦게 일본 중의원 및 참의원 등 양원에서 새 수상으로 뽑힌 삼목씨는 이른바 「당삼역」으로 추명열삼랑(부총재), 중증근강홍(간사장)·탄미홍길(총무회장)씨를 추대하는 등 당 개편을 마쳤으며, 이어서 대평 대장상 및 복전일 자치상, 길국일랑 법제국장관을 제외한 전각원을 경질한 대대적인 내각 개편을 단행했다.
발표된 새 내각의 면면들을 보면 그것이 자민당 안의 각 파벌을 고루 안배한 철저한 타협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부총리 겸 경제기획상 장관으로 신임된 복전규부씨와 대장상 대평정방씨를 제외하면, 우리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외상(궁택희일)·통산상(하본민부)·법무상(도섭수)등 중요 「포스트」에 오른 인물들조차가 종래 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인 것은 이 때문이라 하겠는데, 어쨌든 새로 발족한 삼미 내각이 자민당 안의 삼목·복전·중증근·대평·추명·전중·선전·영전·석정 등 주요 파벌의 「베테랑」급 실무자들을 고루 포함시킨 『일하는 내각』이라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전후 제12대 내각 수반으로 삼목무부씨가 선출되게 된 배경부터가 우리에게는 상당한 주목거리라 할 수 있다. 자민당 안의 소수파요 반골파로 알려졌던 삼목씨를 새 수상으로 뽑은 가장 중요한 동기가 지금 전후 최대의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 국내 사정의 반영이고 보면 앞으로의 한·일 경제 협력 관계의 진전에는 종래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 나타날 공산이 짙기 때문이다.
전 수상 전중각영씨의 사임을 가져오게 한 직접적인 동기가 이른바 「금권정치」에 얽힌 의혹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경기는 지금 일본을 휩쓸고 있는 심각한 경제적 불황이다. 서민 수상으로 환호를 받던 전중씨가 내건 고도 성장의 기치나 이른바 「일본열도 개조론」이 작년이래 전세계를 엄습한 심각한 자원 파동으로 그 빛을 잃고 일본 경제를 도리어 걷잡을 수 없는 경제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 그의 실각을 불가피하게 만든 요인이었던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올해의 일본 경제는 전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10월 이후부터서는 거액의 부도를 내고 도산한 기업체 수가 월간 무려 1천개(10월말 누계 9천4백8건)를 넘는 공황적 상황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새 내각은 대평파의 경제 문제 전문가 궁택희일씨를 외상에 기용하여 각국에 대한 자원 외교 강화 태세를 갖추려는 것으로 보이며, 그밖에도 복전규부·대평정방씨 등 재계와 경제계에 확고한 지반을 가진 두 당내 실력파를 부총리 겸 경제기획청장관 및 대장상에 앉혀 난국 타개를 위한 비상한 결의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삼목 신내각의 앞으로의 시책 방향이 불황 극복과 「인플레」수습 등 주로 국내 문제 처리에 골몰, 대외 협력 관계의 신장 등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는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만 우리로서는 일본 정계의 이 같은 진용 개편에도 불구하고, 집권 자민당 안의 중요 부서 거의 전부를 친한·지한파 중진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일간의 기본 관계에 급속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역대 일본 정부가 천명한 것처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일본에 중요하다는 인식에 서는 한, 한·일간의 더욱 긴밀한 협조 관계의 촉진이야 말로 양국 국민에게 공통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