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데뷔」3작가 창작집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병주(53) 강용준(43) 정을병(40)씨 등 60년대 초기에 작품활동을 시작한 3명의 중견작가가 각각 작품집을 내놓았다. 이씨의 『예낭풍물지』, 강씨의 『광인일기』, 정씨의 『병든 지구·선민의 거리』-.
이들이 60년대 초기 거의 같은 시기에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하여 70년대에 「데뷔」한 작가들을 「70년대 작가군」으로 묶는 것처럼 「60년대 작가군」으로 한목에 구별지을 수는 없다.
「데뷔」이후 그들이 보인 작품세계에 최소한의 연관성을 부여할 특별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창작집을 내놓았다는 것은 60년대에 「데뷔」한 작가들로서 「데뷔」이후 그들이 보였던 왕성하면서도 내면적인 작품세계가 재확인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뜻이 있다 하겠다.
가령 일제 때 여러 가지 말기적 상황이 인간에게 주는 문제(이병주), 6·25동란과 포로수용소의 극한 상황(강용준), 타락된 사회풍토에서 인간의 양식문제(정을병) 따위는 이미 전시대의 문제로서 접어 둘 수만은 없는 우리 스스로의 영원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70년대 작가들과 구별짓는다면, 이들 자신의 최소한의 공통점을 추출해 낸다면 그것은 작가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이 작품 속에 생생하게 살아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작품의 모두가 그러한 범주에 드는 작품일 수는 없지만 그들의 주요 작품 속에서 생동하는 그들의 체험은 문학에 있어서의 체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독자들에게 알게 해준다.
이씨의 『예낭풍물지』에는 『변명』『겨울밤』『목격자?』『쥘부채』『예낭풍물지』『패자의 관』등 최근에 발표한 문제작이, 강씨의 『광인일기』에는 일본의 독매신문이 세계 10대 소설로 선정(72년)한 『광인일기』를 비롯, 『악령』『일요일』『관포지교』등 8편이 수록돼 있으며 정씨의 작품집에는 금년도 한국창작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된 중편 『병든 지구』와 장편 『선민의 거리』가 실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