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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 두둑한 연아가 금 딸 것 … 내기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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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타비오 친콴타 국제빙상연맹 회장은 “다음 겨울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은 (김연아 선수 은퇴 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연아가 아니면 누가 금메달을 딸 건데? 금은 연아 거라고 확신한다. 내기할까?”

 오타비오 친콴타(76) 국제빙상연맹(ISU) 회장은 16일(현지시간) 소치 겨울올림픽 현장에서 기자를 만나 이렇게 확언했다. 피겨스케이팅을 포함한 빙상 경기를 관장하는 스포츠기구의 수장이 김연아 선수에게 지지를 보낸 것이다.

 이탈리아인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기도 한 친콴타 회장은 IOC 전용 숙소인 래디슨 블루 호텔 로비에서 기자를 만나 “피겨스케이팅 중에서도 싱글 부문은 배짱 게임이다. 올림픽 무대에 서는 선수들이라면 실력은 이미 최고다. 누가 배짱 두둑하게 경기에 임하는지가 메달 색을 가르는 것”이라며 “연아가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이후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이번에도 연아에게 베팅하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IOC 전용 숙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자주 들르는 곳으로 경비가 삼엄하다. 김연아 선수와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 선수에 대해 묻자 친콴타 회장은 “마오 역시 아주 훌륭한 선수이지만 (배짱 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소치 현장에선 ‘김연아 대 아사다 마오’가 아닌 ‘김연아 대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의 대결구도에 관심이 더 많다. 미국 피겨 선수인 그레이시 골드는 기자에게 “리프니츠카야의 몸은 고무로 만들어진 것 같다. (몸을 뒤로 젖히는) 레이백 스핀을 할 때 각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푸틴 대통령이 ISU 심사위원들에게 리프니츠카야에게 유리하게 점수를 매기라고 은근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나온다. 푸틴은 여자 피겨 싱글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친콴타 회장은 “리프니츠카야는 무서운 신예로 훌륭한 선수지만 아직은 연아 선수가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인 기자라서 그렇게 말해주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는 “진심”이라며 웃었다. 물론 이는 ‘스포츠 외교관’인 IOC 위원이 하는 ‘듣기 좋은 말’일 수도 있다. 단체전에서 리프니츠카야가 프리스케이팅 1위를 하면서 러시아가 첫 금메달을 따내자 푸틴은 벌떡 일어서서 손뼉을 쳤다. 바로 그 옆에서 함께 박수를 보낸 인물이 친콴타 회장이다.

 친콴타 회장은 한국에 대해 따끔한 충고도 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신설된 단체전과 관련해서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연아 한 명에게만 너무 의지한다. 남자 싱글은 아예 선수조차 없다. 남자 피겨 선수가 없다 보니 당연히 페어도, 아이스댄싱 부문에서도 출전을 못 한다”고 했다. 그는 단체전에 대해 “시청률이 좋은데다 팀워크를 북돋는다는 점에서 올림픽 정신(Olympic Movement) 구현에도 안성맞춤”이라며 앞으로도 단체전을 올림픽 종목으로 계속 둘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단체전 부문엔 출전자격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다음 겨울올림픽 개최국으로서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쇼트트랙 이야기로 넘어갔다. 빅토르 안(안현수) 얘기가 나왔다. 친콴타 회장은 “빅토르 안은 내가 아는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한국으로선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게 뭐 내 잘못은 아니지 않으냐”고 농담을 했다. 그러면서 “그가 레이스를 끝낸 후 빙판 위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가슴 뭉클했다. 그는 이제 러시아 선수다. 한국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낸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일뿐이다. 한국 쇼트트랙도 분발해야 한다”고 했다.

소치=글·사진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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