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자급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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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년 전인 65년만 하더라도 94.2%였던 우리 나라 식량 자급률이 이제는 70%이하(73년 68.6%)의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하여도 우리는 식량 부족율 5.8%를 두고도 외곡 의존적인 양정의 실패라고 보았으며 해방 이후 역대 정권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을 격렬하게 비난해 왔다. 그러던 식량 부족율이 이제는 무려 30%를 상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지난날의 논란은 그야말로 무색한 것이 된 셈이다.
식량 자급률의 저하는 증산율은 미미한데도 소비가 급증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최근 몇햇 동안의 경우를 보면, 증산율은 연 0.8%밖에 안되었는데 소비는 계속 3.4%씩 늘어났던 것이다.
그러면 왜 생산은 별로 늘지 않는데도 소비는 급증일로를 걷고 있는가에 대해 흔히 사람들은 경지면적이 적고 줄어들고 있는데도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또 심지어 어떤 당국자는 국민이 지나치게 소비를 많이 하고 절약을 호소하는 정책에 협조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런 변명은 문제해결을 위한 답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식량부족 현상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양정의 실패 책임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밖엔 안 되는 것이다.
식량증산이 여의치 못한 것이나 소비가 급증한 것, 그리고 경지면적이 늘지 않고 소비절약이 안 되는 것 등은 그 모두가 효과적인 정책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 생산자는 당국의 생산 억제적 정책에 따라 증산을 외면하여 왔을 뿐이고 또 소비자는 소비 조장적인 양정의 손짓에 따라 그저 소비를 하여 왔을 따름이라 할 것이다.
언필칭 식량의 증산과 소비절약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책의 기본은 언제나 증산을 제동하고 소비를 조장케 하는 저곡가 정책을 유지하는데 있었던 것이다. 실상 증산의욕을 억누르고 소비를 권장하는 정책은 있었지만 증산과 절약을 가져오게 하는 정책은 사실상 있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증산과 소비절약을 유인하기에 충분한 경제적 동기가 없는 곳에서는 증산과 소비절약을 바랄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책은 저곡가 정책으로 증산도 기하고 소비 절약도 기하겠다는 것이니 실패할 수밖에 없고 날이 갈수록 식량 자급률이 저하될 수밖에 없었음은 자명한 것이었다.
그러고도 계속해서 식량을 싸게 배불리 먹게 하는 정책을 쓰려면 결국 외곡 도입이나 잔뜩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이며, 결국 그것은 지난 약30년 동안 되풀이해 온 외곡 의존의 양정을 그냥 답습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지난날의 농업정책을 두고 성공한 것이라고는 누구도 말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날과 다름이 없는 지금의 정책도 결코 성공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농업정책에 일대 쇄신이 없어서는 이 나라 식비 자급률의 획기적인 향상과 조정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도 우선 당장 손을 써야 할 것은 농업정책 전개의 대전제가 되는 곡가정책이며 저곡가 정책의 지양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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