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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혜 범위「바늘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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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세민들에겐 구료의 문이 좁기만 하다. 이들은 치료할 돈도 없고 사회의 구료 시혜 등 복지정책도 제대로 못 받는 가운데 병에 시달린다. 게다가 새해의 구료 사업은 치료단가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그 대신 치료를 받을 대상자의 수가 오히려 14∼37% 줄어 들 전망. 의료보험을 비롯한 복지정책의 실시는 까마득한 가운데 저소득층이 받을 구료의 길은 어둡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1가 서울시립남부병원-. 서울시내의 생활보호자를 비롯, 가난한 요구호자면 누구나 돌봐줘야 할 서울 시내 유일의 무료병원이다.
가동「베드」수는 1백5개. 21일 현재 95명의 요구호자들이 무료 입원 치료를 받고있다.
8명이 수용돼 있는 205호실 당뇨병으로 얼굴이 퉁퉁 부은 가정부 염미자양(22)과 척추결핵을 앓고있는 생보자 박향숙양(19·서대문구 홍은동 산1)이 나란히 누워있다.
사고무친인 염양은 효창동에서 병든 몸으로 식모살이를 하다 해고된 뒤 3일 동안을 헤매다가 지난2일 용산구청에 호소, 요구호「케이스」로 입원 조치됐고 박양 역시 아버지 박기철씨(42)가 영세민이어서 은평출장소의 의뢰로 지난 8일 들어갔다.
또 201호실의 김선화양(23·동대문구 신내동544)은 어렸을 때 소아마비로 불구가 된 오른 다리에 통증이 생겨 지난 13일 생보자「케이스」로 입원, 치료를 받아 다행히 병세가 호전됐다고 캤다.
서울시내의 생보자 8천8백48가구 2만3천4백36명(73년 말)중 10월에 입원혜택을 입은 환자는 고작 8명이고 이 달 들어서서는 아직 2명밖에 안 된다는 남부병원의 집계는 좁은 치료관문을 한마디로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병실 밖은 이 입원 관문을 뚫기 위한 갖가지 몸부림으로 얼룩진다.
입원 구료의 경우 현재1인당 하루 책정액은 고작 3백원. 이중 2백40원은 보사부가, 나머지60원은 지방 자치 단체가 부담하고 있다. 일반 종합병원의 1인당 하루의 입원치료비는 1천원이 넘고 남부병원의 경우도 최소1전원은 있어야하는데 이에 비해 1인당 구료 예산이란 허울뿐이다.
하루 치료비 3백원은65년도의 구료비 2백원 10년 동안 고작 1백원이 오른 것.
그 동안의 물가 상승은 그만 두고라도 대한병원협회의 71년도 조사인 외래환자 평균수가 8백60원에도 크게 미달하는 것이어서 입원 치료비로는 어림도 없는 예산이다. 올해 보사부가 잡은 요구호자 입원구료대상 연 인원은 39만9천6백명. 그런데 전국의 생보자 38만8천5백20명(73년 말)과 영세민 1백30만7백71명의 연간 입원환자 연인원 추첨은 병합의 연간 입원율 0.86%와 1인당 평균 입원일수 14.1일로 계산, 20만4천8백30명. 보사부의 입원구료 계획이 실환자의 갑절로 돼 있으나 구료비의 과소로 사실상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실환자의 절반도 안 된다는 일선 진료진들의 분석이다.
이밖에 당국이 파악한 영세민 범위도 문제. 현재 파악된 영세민 1백30만명은 부동산 30만원, 동산 20만원, 월수 1인 2천4백원 이하의 사람들. 따라서 이들 등재된 사람 이의는 여간해서 요구호자 증명을 떼기 어렵고 따라서 무료진료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의 기준인 1인당 수입 2천4백원, 5인 가족 월1만2천원은 경제기획원의 5인당 최저생계비 2만9천원에 크게 미달하는 것. 따라서 1만2천원이상 2만9천원 이하의 많은 영세민들은 모두 구호혜택에서 소외된 채 병들어도 두드릴 문이 없는 셈이다.<김형구 기자<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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