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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졸리 … 중앙일보서 만나는 NYT 칼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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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푸틴(左), 우디 앨런(右)

지난해 9월 11일 뉴욕타임스(NYT)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칼럼이 실렸다. ‘러시아로부터의 호소’란 제목이었다. 푸틴은 기고문에서 “다른 나라의 내부 갈등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미국의 일상이 되고 있다. 미국을 민주주의가 아닌 폭력에만 의존하는 국가로 여기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고 미국 정부를 맹공했다. 백악관은 발끈했다. NYT에 기고문이 실린 것을 “멋진 아이러니”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미국의 특별한 전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칼럼을 게재한 NYT도 도마에 올랐다. 그러자 오피니언면 담당 편집자는 “뉴스 가치가 있어서”란 대답으로 비판을 잠재웠다.

 NYT의 정규 칼럼 필진은 현재 12명이다. 대체로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 관점이 강한 NYT지만 보수적이고 친공화당 성향의 로스 도섯도 필진으로 참여해 균형을 잡고 있다. 이들 정규 필진의 칼럼 중 한 편이 매주 화요일 본지 오피니언면에 실린다. 18일 데이비드 브룩스의 글이 첫 테이프를 끊는다. 향후 객원 칼럼니스트의 글도 함께 실을 예정이다.

 NYT 칼럼니스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폴 크루그먼이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도 한 그는 2000년대 조지 부시 정권의 감세 정책을 칼럼을 통해 강하게 공격했다. 그는 2005년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부동산과 금융시장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 결국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국제 금융위기가 터졌다.

 이밖에 퓰리처상을 세 차례 수상한 토머스 프리드먼을 비롯해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인들이 정규 필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빌 켈러는 1988년 모스크바에서 냉전 종식과 옛 소련 붕괴에 관한 보도로,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89년 중국 천안문 사태 보도 등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NYT 칼럼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지난해 10월 칼럼을 통해 알카에다를 막을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처럼 자국 사정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통로로 기능한다. 옴부즈맨 역할을 담당하는 마거릿 설리번 NYT 퍼블릭에디터는 “국가원수들은 주장을 제기할 다른 방법들이 있어 기고문을 엄선해서 받는다”고 설명한다.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세계적 ‘셀레브리티’들이 NYT 오피니언면을 장식한다. 특히 최근 영화감독 우디 앨런과 그의 양녀가 NYT를 통해 성추행과 관련한 진실 공방을 벌였다. 세계적 록밴드 U2의 보컬인 보노도 객원 칼럼니스트로 제 3세계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주제에 관해 견해를 폈다. 한국 소설가 김영하씨도 객원 필진이다. 지난해 10월 첫 칼럼 ‘When CEOs embrace the occult(주술을 받아들이는 CEO들)’를 썼다. 이처럼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필진 덕분에 NYT는 ‘지역신문이면서도 가장 코즈모폴리턴(세계주의)적인 언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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