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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이 변해도 나누는 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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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은 경제계와 지자체가 함께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저출산문제 해소와 여성 인력 활용 증대를 위해 시작됐다. 친환경적 시설과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지역사회 어린이집의 발전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전경련 신축회관에서 열린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 건립 양해각서 체결식.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포스코, GS, 두산, 한진, 코오롱, 동양, 효성, 삼양, KB국민은행, 동아제약 등 15개 그룹이 참여했다.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1 열두 살에 시력을 잃은 김정원(21·가명) 양. 시각장애를 딛고 교육학과에 진학했지만 학교를 다닐 생각에 막막했다. 정원 양은 다행히 안내견 학교에서 훈련 받은 ‘미담이’를 만나 선생님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2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신민수(13·가명) 군. 2011년 당시 키가 138cm로 또래 평균보다 20cm 이상 작았다. 하지만 신군의 어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 연간 1000만원이 넘는 성장호르몬제 치료를 해줄 수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의료진의 추천으로 신군은 저신장 아동 성장호르몬제 지원을 받았고, 키가 1년 동안 11cm 자랐다.

#3 2011년 여름,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깜짝 놀랐다.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출신의 젊은 음악가 5명이 나란히 입상한 것.

게다가 이들 중 4명이 한 기업에서 후원한 음악영재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국내 기업이 추진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장수화’하면서 곳곳에서 사회공헌활동의 결과가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2012 기업 및 기업재단 사회공헌 실태조사’에서 5년 이상 된 장수 사회공헌 프로그램 항목에 응답한 기업의 프로그램 207개를 분석한 결과, 프로그램 평균 나이가 10.7살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인재 양성, 문화, 복지 등의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장수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은 특히 ‘인재 양성 분야’에서 돋보인다.

 SK가 후원하는 장학퀴즈는 인재 배출의 산실로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곳곳에 장학퀴즈 출신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강용석 전 국회의원, 제작자 겸 탤런트 송승환 대표, 가수 김동률 등이 있다. 방송 기간만 41년. 총 2000여 회 동안 1만6000여 명의 고교생이 출연했다. 1996년 잠시 방송국 사정으로 종영했지만, 기업 회장의 의지로 방송사를 옮겨 다시 재개된 일화도 있다. SK는 지난 2000년부터 중국판 장학퀴즈 ‘장웬방’을 후원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음악 영재를 발굴해 육성하고 있다. 김선욱(피아노), 손열음(피아노) 등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젊은 음악인 중 금호아시아나의 후원을 받은 영재가 많다. 금호의 영재 지원 프로그램은 영재발굴시스템과 악기은행 두 가지가 있다. 매주 토요일 재능 있는 연주자에게 금호 영재 콘서트와 금호 영 아티스트 콘서트를 통해 데뷔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1000여 명의 연주자가 배출됐다. 악기은행은 1993년부터 시작했다. ‘고(古)악기’를 대여해 음악 영재의 꿈을 지원한다. 지난해는 진예훈(14)·진예영(10) 남매가 1700년대에 제작된 바이올린을 대여 받았다. 이들은 미국 유명 음악학교인 커티스음악원의 입학 오디션을 통과했다.

 롯데도 1983년 기초과학 전공자 중점 지원 특화재단을 설립했다. 물리, 화학, 수학 등 기초과학 분야 전공자들을 32년째 지원하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도 장수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는 올해로 21주년을 맞았다. 10마리의 예비 안내견이 태어나면 평균 30% 가량이 합격해 실제 안내견으로 활동한다. 매년 8~10마리를 배출해 현재까지 160여 마리의 안내견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이 안내견의 도움을 받은 시각장애인들은 사회 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3명의 시각장애 대학생이 안내견을 분양받았다.

 LG는 저소득가정의 ‘저신장증’ 아이들을 돕는다. 저신장증은 같은 연령 어린이의 평균 키보다 10cm 이상 작거나 연평균 성장 속도가 4cm 미만일 경우에 진단한다. LG는 복지재단을 통해 1995년부터 연간 1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성장호르몬 ‘유트로핀’을 지원하고 있다. 유트로핀은 LG생명과학이 개발했다. 이 도움으로 1년에 많게는 20cm까지 키가 자란 아이들이 현재까지 600명을 넘는다.

 전경련 이용우 사회본부장은 “이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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