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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격식있게 스타일은 힘있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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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호 14면

스타일의 완성은 구두’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잘 차려 입어도 발끝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NG라는 뜻. 그래서 시즌마다 옷과 함께 달라지는 구두 트렌드를 체크해 보는 일은 멋쟁이의 기본이다. 1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4 FW 슈즈 트렌드 세미나’는 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행사는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린 패션 박람회 ‘이탈리아 위드 스타일’의 부대 행사로 열렸고, 다섯 가지 키워드에 따라 올해의 구두 유행을 예측했다. 이탈리아 제화 협회장인 클레토 사그리판티와 이탈리아 패션 컨설턴트가 발표자로 나섰다.

미리 보는 올 가을겨울 슈즈 트렌드

앞부분을 동물뼈 모양으로 장식한 펌프스.

반항적이지만 세련된 로커풍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올 구두 디자인에서는 통할 법하다. 올 그래미상 5개 부문을 휩쓴 프랑스 듀오 ‘다프트 펑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일렉트로닉 하우스 뮤직으로 명성을 얻는 두 남자는 2001년 이후 공식석상에서 옷은 차려 입더라도 헬멧은 벗지 않는 격식 파괴를 고수한다. 그들의 음악처럼 반항적이지만 어쩐지 세련된 느낌이 나는 이유다. 앞굽을 골드 컬러로 처리한 검정 하이힐, 가운데에만 십자 장식을 단 앵클 부츠, 토끼의 머리뼈 모양을 본떠 장식한 펌프스 등은 사치스러우면서도 반항적인 제3의 로커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세심한 공정 거친 소재가 대세
미식가들은 음식의 겉모양을 보고 섣불리 평가하지 않는다. 소박하고 단순해 보이더라도 얼마나 공을 들여 만들었는지, 재료와 양념이 정확하게 배합됐는지 등을 살핀다. 이번 세미나에선 이런 세심한 취향이 신발에도 적용될 시점이라고 예측했다. 즉 약하게 가공된 악어 가죽이나 손으로 다듬은 식물성 가죽, 나파 가죽과 캐시미어의 혼성 섬유 등 소재부터 세심한 공정을 거친 구두들이 매니어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봤다. 소가죽을 수작업으로 염색한 스니커즈, 여러 겹의 시폰과 오간자, 얇은 말가죽으로 만든 부츠, 아주 가는 가죽끈으로 한땀 한땀 떠 놓은 모카신 등이 대표적인 예. 여기에 걸맞은 색깔 역시 고급스럽고 은은한 것들이 대세다. 옅은 초콜릿색, 가지색, 푸르스름한 포도색, 청동색 등 자연을 본떠 짝지었다.

클래식과 스포츠의 이종교배
올해는 격식 있는 디자인에 역동성을 가미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가죽끈 스티치가 있는 옥스퍼드 슈즈나 통굽 구두에 밑창과 안감, 굽을 바꾸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운동화처럼 안쪽으로 에어백 깔창을 깐다거나, 탄성이 뛰어나고 가벼운 폴리우레탄을 이용해 통굽을 만드는 식이다. 천연 가죽 대신 방수와 통기성이 좋은 고어텍스로 만든 스니커즈도 격식에 운동성을 더한 좋은 예다. 이 같은 ‘스포츠 클래식’에 어울리는 색깔로는 고급 스포츠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불투명한 검정이나 로열 블루, 그리고 레이싱 카에서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보랏빛 컬러가 이런 구두에 제격이다.

가상의 민속 무늬에 눈길
페루의 튜닉, 미국 인디언의 페들턴, 인도네시아의 자바 바틱…. 민족과 부족마다 특유의 패턴과 공예가 있게 마련이다. 이를 응용한 디자인이 이제 구두에도 등장한다. 단 고전 양식 그대로가 아닌 디지털로 변형한 무늬들이다. 아프리카 카무플라주(위장) 프린트를 넣은 모카신, 페루 인디언 텍스처가 가미된 스니커즈 등이 그러한 예다. 컬러는 자연스럽게 바랜 듯한 묵직한 톤이 기본. 검정빛 도는 파랑색과 진흙빛 갈색, 마시멜로 같은 연한 핑크 등이 주요 색깔로 떠올랐다.

여성스런 복고풍, 유행 예감 1순위
복고풍의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구두가 새로 뜰 유행 스타일로 꼽혔다. 실크 새틴 소재에 리본이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박힌 펌프스, 신발끈에 골드빛 금속 장식을 단 앵클 부츠, 발바닥 전체를 반짝거리는 스웨이드로 처리한 샌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다. 밍크와 여우 등 고급 모피와 비슷한 색깔, 불투명한 펄 핑크 등이 이런 분위기를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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