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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회장 징역 4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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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4일 1심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14일 서울중앙지법 423호 법정. 이재현(54) CJ그룹 회장은 재판장인 형사24부 김용관 부장판사가 판결 요지를 낭독하는 내내 눈을 감고 고개만 살짝 끄덕거렸다. 하얀 마스크와 안경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채 선고공판에 출석한 그에게 법원은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이 끝난 뒤 휠체어로 옮겨 앉은 그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마디도 안 한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법원은 이날 이 회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 내용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회장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비자금을 조성해 603억여원을 횡령하고 2010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해외법인자금 115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차명주식계좌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 등 총 546억여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도 포함됐다. 핵심 쟁점은 비자금 603억원을 조성한 것이 횡령죄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이 회장이 8년간 계열사로부터 연평균 75억원을 현금으로 받아 개인 금고에 보관한 뒤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은 “부외자금(簿外資金)을 조성한 것은 맞다”면서 “회사를 위한 현금성 경비가 필요해 조성한 것일 뿐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착복하기 위한 게 아니었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자금의 조성경위와 방법·사용처 등으로 볼 때 비자금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정상적 회계처리가 불가능한 현금성 경비를 예외적으로 만들어 98년 한 해 동안 CJ㈜ 당기순이익의 8%에 해당되는 147억원이 비자금으로 조성되는 등 액수가 지나치게 많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은밀하게 숨겨진 이 회장의 개인 금고에 비자금을 보관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자금을 객관적 기준 없이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려거나 위상을 높이려는 목적의 이른바 ‘선물’로 사용했다”며 “불법 취득의 의사가 인정되므로 비자금 조성 행위만으로도 횡령죄가 충분히 성립한다”고 밝혔다.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한 546억여원 중 259억여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빼돌린 세액 계산이 잘못됐고 일부 혐의는 ‘적극적인 소득은닉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이 2006년 12월과 이듬해 10월 21억5000만 엔과 18억 엔짜리 일본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CJ 재팬’에 대출채무 보증을 서게 한 혐의(배임)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능적이고 은밀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고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만큼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이 회장을 재수감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구속된 지 한 달 반 만에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다는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 허가받았다. 한편 CJ그룹은 “비자금 조성에 관한 혐의 등 법정에서 무죄라고 주장한 부분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며 “변호인을 통해 항소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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