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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독서실의 탈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입학시험「시즌」이 다가오면서 서울의 도심지역의 이른바 사설 독서실들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는 모양이다.
당국은 지난 9월1일부터 이 사실 독서실의 입실료를 70%이상이나 대폭 인상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요즈음 그 이용자가 격증하게 되자 일부 독서실에서는 그 안에「고시 석」「특석」등의 명목을 붙여 입실료를 더욱 올려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의 대부분이 10대의 재수생들인 이들 독서실은 그렇지 않아도 그것이 안고 있는 풍기의 문제, 보건위생의 문제, 화재위험의 문제 등 때문에 당국에서는 철야개방을 엄하게 금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보도에 의하면 상당수의 독서실들이 그러한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침실까지 따로 마련하여 숙박비를 받는 무허가 하숙구실까지 겸하고 있다는 것이다. 묵과할 수 없는 탈선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속 모르는 사람이나 한국의 사정에 어두운 외국사람들은 서울의 도심 권 골목골목에 간판을 내걸고 있는 이들 사설독서실의 존재를 보고 더러는 한국인의 왕성한 독서의욕에 탄복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권의 장서도 마련함이 없이 다만 유·소년들을 상대로「자리장사」를 하고있는 이러한 영업이 수지를 맞추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자랑이라기보다는 커다란 수치인 것이다.
이러한 사설독서실이 번창하는 배경의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는 수험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자녀들을 가진 대부분의 가정들이 그들을 위해서 따로 아늑한 공부방을 마련해 줄만한 여유가 없다는 어려운 주택사정이 그 큰 원인이다.
둘째는 사설이 아니라, 공공의 일반도서관시설이 너무 빈약하고 협소하다는 것이 또 다른 큰 원인이다. 통계를 보면 옛집을 잃고 지금은 공중에 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제외하면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모두 68개소, 그 열람석을 통틀어도 1만8천 석에 이르지 못한 형편이다.
평균 50만 명의 대 인구에 겨우 한 개의 공공도서관 꼴이요, 그나마 그 도서관의 열람석 한 자리를 2천명이 이용해야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교육인구가 집중하고 있는 수도 서울의 경우를 보면, 공공도서관이 고작 7개뿐이니 무려 1백만 명에 한 개의 도서관 꼴이요, 그 열람석을 모두 합쳐야 겨우 4천3백여 석으로 그것은 사설독서실 자리수의5분의1도 못되는 형편이다.
거기에다 금년의 재수생 수가 10만 명을 넘는다는 사정을 감안한다면 사설독서실의 이용자가 격증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추세라 아니할 수 없다.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보려는 자리에 대한 수요가 그토록 높은데도 불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자리의 절대수가 태부족이니 다른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창피스런 현실을 그대로 방치하고 사설독서실이라는 자리장수들에게 언제까지나 문제의 미봉책을 기대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기왕 공인한 사설독서실의 업 태를 당국은 수시로 감독하여 어떠한 탈선행위도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이 나라의 교육인구·독서인구에 상응하는 공공도서관의 확충이다. 단 하나의 동양최대다, 세계최대다 하는 큰 도서관을 건립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어디서 살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중 소급 도서관을 많이 세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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