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뮈르달」교수의 후진국에 대한 경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해「노벨」이 경제학상을 수상한바 있는 「군나르·뮈르달」교수는 「유엔」세계개발회의에서 개발도상국의 변혁을 통한 자활 책을 촉구함으로써 이른바 후진국의 상면문제에 대해 깊은 반성의 계기를 마련했다.
「뮈르달」교수는 개발도상국의 기아와 아사현상을 깊이 우려하면서 사회개혁을 위한 토지개혁·교육개혁, 그리고 탈세·부정·부패의 근절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개발도상국들이 오늘의 난국에서 탈피하려면 선진국이 정치적 계산에서 제공하는 원조를 박애주의정신에 입각한 원조로 전환시켜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후진국 개발이론의 기계적·산술적인 적용을 거부하고 고유한 사회문학풍토에 상응하는 처방전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온「뮈르달」교수는 그 동안의 선진국원조가 개발도상국경제에 진실한 뜻에서 기여한바 없으며, 선진국학자가 제공하는 개발이론이나 조언이 개발성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여흥에 불과하다고 혹평해 온 터다.
「뮈르달」교수의 그러한 견해는 「T·멘데」의 소론과 유사한 점이 너무나 많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참여를 통한 안으로부터의 개혁만이 진정한 뜻에서의 개발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처방 면에서도 「멘데」의 소론과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처방이 비록 옳은 것이며 또 그래야만 할 당위성이 인정될 수 있다 하더라도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이냐』하는 본질문제에 대해서 「뮈르달」교수도 적절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개발도상국의 지배「엘리트」가 가지고 있는 이기심과 기득권 옹호를 위한 현상유지책의 강화경향을 「엘리트」층 스스로 역전시키기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물음에 대해「뮈르달」교수는 적절히 답할 수가 없을 것이다. 또 탈세·부정·부패는 지배「엘리트」와 분리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나 그들이 어떤 계기로 자각해서 그러한 유혹을 스스로 물리칠 수 있겠는지는 「뮈르달」교수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외국의 원조가 개발도상국「엘리트」들의 이익만 도와 왔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계산으로 원조하는 선진국의 입장과 원조를 받음으로써 개발도상국의 「엘리트」들이 현상유지 책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 부합됨으로써 그런 현상이 야기되는 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느냐를 해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뮈르달」교수는 결국 근본적인 교육개혁으로 훈련받은 인간을 통한 개혁에 기대하는 듯하나, 부정과 부수가 일반화된 사회에서 보고 듣는 부조리가 어떠한 교육정책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뮈르달」교수가 진단은 정확히 했지만 처방은 하지 못했다는 뜻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선진국의 박애주의 정신과 개발도상국의 지배「엘리트」의 자각에 모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 「뮈르달」교수의 희망인지도 모르나 그것은 아마도 복된 민족만이 얻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일 것이다.
그러나 얻기 어려운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지 않는 한 개발도상국은 기아와 아사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뮈르달」교수의 경고는 그것이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지금 「아프리카」와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임을 직시할 때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반성의 자료임을 이른바 이 나라「엘리트」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