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이산상봉 연기될 거라 생각 안 해" … 오늘 회담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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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4일 속개될 판문점 2차 고위급 접촉에서 북측으로부터 차질 없는 상봉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0일부터 열기로 한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북한이 “한·미 군사연습 기간에는 상봉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3일 “판문점 첫날(12일) 협의과정에서 북측 단장으로 나온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상봉을 사실상 연계시키는 주장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상봉일정이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북한은 군사연습을 상봉 뒤로 미뤄야 한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첫날 접촉이 공동보도문도 내지 못한 채 북한 대표단이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형태로 마무리된 것도 이 때문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부정적 기류 확산 차단에 나섰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13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상봉 연기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산상봉은 12일 첫 접촉 때도 우리 측 핵심 의제였다. 이처럼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운 건 상봉 일정이 한·미 합동군사연습 일정과 묘하게 얽혔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각 100명(건강 등의 이유로 불참자 생겨 실제로는 남측 85명, 북측 94명)을 선발해 가족과 2박3일간 만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번의 경우 남측 선발자 85명이 20일부터 22일까지 북측에 두고 온 가족(통상 200~300명)을 만난다.

 하지만 북측이 선발한 94명이 남측에서 간 가족(통상 400여 명)과 상봉하는 23일 상봉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24일부터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당국자는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23일 첫 단체상봉을 허용하지만 이튿날부터는 군사연습을 이유로 행사를 중단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강산 현지의 폭설도 상봉을 준비하는 당국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현지에는 지난주부터 230㎝의 눈이 쌓였다. 통일부는 한국도로공사의 제설차를 긴급 투입해 남측 지역인 강원도 고성에서 금강산을 연결하는 도로를 확보했다. 이산가족면회소와 금강산호텔 등 주변도 제설작업을 벌였다. 문제는 북한 쪽이다. 강원도 원산에서 금강산까지 이르는 도로의 경우 장비 없이 주민들의 수작업에 의존하다 보니 눈을 제대로 치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폭설을 이유로 내세워 상봉행사를 미루자고 나올 경우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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