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제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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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1일부터 3회에 걸쳐 게재중인 본지의 특집 보도 『대만 경제의 어제와 오늘』은 경제 발전의 단계와 성장 추구 방식이 우리와 비슷한 대만 경제가 어려운 국제 경제 환경속에서도 착실히 성공의 길을 걷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어 많은 시사를 얻게 된다.
사실 대만 경제나 우리 경제는 여러 안목에서 많은 유사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소득 수준만 하더라도 대만의 1인당 소득은 우리에 비해 1백「달러」가 많은 4백70「달러」 (73년) 수준이며 수출 규모도 73년도 실적 44억「달러」는 올해의 우리 나라 수출 목표와 비슷한 것이다.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두 나라는 다같이 외자 도입 촉진과 수출 증대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또 그러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서로가 왕왕 경합 관계에 서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정책 운영 면에서 대만은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보다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들은 우선 공업화 정책의 추진에 있어서도 농업 부문의 발전을 결코 소홀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들은 농지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민생주의」구현의 기반을 구축하였던 것이다. 공업화를 서두른 나머지 농업을 희생하는 일을 극력 회피하고자 노력한 발자취는 당연히 우리가 앞으로도 본받아야 할 일이다.
물가 안정 정책에 있어서도 대만 경제는 자랑할만한 업적을 쌓아 올렸다. 지난해의 국제적 자원 파동이 일기 시작할 때까지 지속된 장기적인 물가 안정은 참으로 성공적인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정책이 그만큼 합리적 실효성이 있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또 국제 석유 및 자원 파동에 대처하는 일에 있어서도 대만 경제는 비교적 민첩한 사태 적응력을 과시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처럼 수출 주도형인 경제 성장을 피하면서 해외 자원 정보에 어두워 국제 시세가 다 오른 후에 자원 확보 문제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국제 석유 가격의 폭등이라는 사태에 직면하여서도 국내 경제와 산업 활동을 재빨리 조정하여 장기간에 걸친 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저지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이것은 억지 물가 안정을 꾀하는 나머지 기민한 산업 조정을 조애하고 도리어 물가의 장기적 불안화를 가져온 우리의 경우와는 극히 대조적인 일면이다.
경제 정책을 입안·실천하는 기본적 태도에 있어서도 대만의 경우는 합리성과 시장 원리를 최대한 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한가지 좋은 실례로서 금리 정책을 들 수 있다.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자금 공급의 부족과 수요의 초과 현상을 해소하려는 무리를 피하고 현실적인 금리 수준의 유지를 대만은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만 경제의 모든 정책이 아무 탈없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수출에 주도되고 있는 오늘의 대만 경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국제 불황으로 수출 부진의 두터운 장벽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그들의 경우에도 국제경기에 과민한 섬유류 수출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가 언제나 직면하게 될 사태이며 국제 경기 대항력이 약한 산업에의 수출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런 위험이 더욱 증대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점 역시 우리도 크게 반성하여야할 하나의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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