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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악하니라"|<박조준(영락교회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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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너희가 어떻게 행할 것을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에베소」서 5장 15∼16절).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는 한 마디로 말해서 악한 때다. 여러 가지로 혼란한 시대다. 정치·경제·문화·사회, 심지어 종교적으로도 그러하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겠는가 하는 것은 좀 깊이 생각해야 될 문제다.
물론 이 말씀은 그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주신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하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말씀이다. 특별히 우리 한국국민에게는 꼭 필요한 말씀이라고 여겨진다.
예수께서는 악한 때에 할 일 세 가지를 말씀하셨다.
첫째는 「지혜 있게 살라」고 하였다. 예수님이 한번은 사랑하는 제자들을 전도하러 보내면서 『내가 너희들을 내어 보내는 것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내어 보내는 것과 같다. 너희가 순하기는 비둘기 같이 하고 지혜는 뱀 같이 하라』고 하셨다.
그러면 지혜 있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악한 때에 되는대로 들떠서 움직이지 아니하고 남이 다한다고 따라가지 아니하는 것이다.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우리는 먼저 자세히 살펴야 한다. 우리의 하는 일의 목적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그 정신이나 동기가 훌륭하다 할지라도 그 방법이 옳은가를 살펴야겠다.
둘째는 「세월을 아끼라」고 하였다.
왜? 이 때가 악하기 때문이다. 여기 「세월」이라는 말은 「시간」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주어진 기회」라는 뜻이 있다. 그리고 「아끼라」는 말은 「구속한다」는 뜻이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시대가 이렇게 악하니 너희들은 이런 때에 기회를 잘 포착해서 이런 때일수록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선한 일을 하라』는 뜻이었다.
악한 때일수록, 어려운 시대일수록 우리의 할 일이 많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이 악한 때를 위하여 보냄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부패하므로 소금이 필요하다. 세상이 어두우므로 빛이 있어야 한다. 인류역사를 살펴보아도 과연 나라가 어려울 때일수록 참된 애국자들이 어두운 하늘의 별과 같이 나타났다.
세째는 『이성을 잃지 말라』고 하였다. 요사이 가만히 보면 이성을 잃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지식인으로서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많이 하고 있다. 군인으로서도 마땅히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본다. 공무원으로서도 안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을 본다. 상인으로서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있다. 학생가운데도, 가정주부 가운데도 그렇다. 이성을 잃은 생활을 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으며 그러므로 사회가 혼란하다.
악한 때일수록 이성을 잃지 말고 자기에게 합당하게 살아야 한다. 지식인은 지식인답게, 군인은 군인답게, 공무원은 공무원답게, 상인은 상인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가정주부는 가정주부답게 살아야 한다.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때가 악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혜 있게 살아야 한다. 「러시아」의 문호「톨스토이」는 이런 말을 하였다. 『인생의 목적을 자기의 행복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 순간 견딜 수 없으리 만큼 모든 것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반면 우리를 세상에 보내신 자 즉 하나님께 봉사하는 것을 목적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 순간 인생은 영구한 희열을 느끼게되리라.』무엇이 지혜 있게 사는 것인가? 「마틴·루터」의 말대로 「믿음으로 하나님과 함께 살고, 사랑으로 이웃과 같이 사는 생활」이다.
이때가 악하다. 그러므로 지혜 있게 살아야겠다.
이때가 악하다. 그러므로 세월을 아껴야겠다.
이때가 악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성을 잃지 말고 내가 처한 그곳에서 바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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