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9)-수사 후에 결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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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통령 저격 사건의 범인 문세광의 배후 인물로 알려진 김호룡에 대하여 일본의 수사 기관이 일본법의 규정상 처벌 근거가 없다고 하여 수사를 하지 않고 있어, 이점이 한·일간에 크게 문제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법의 해석상으로도 이와 같은 사건에 있어 반드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미리 단정해 버리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법률 용어로 소위 범죄의 실행 행위, 즉 이 사건에 있어서 살인 행위라는 것의 일부도 일본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가령 그 공범자가 일본 국내에 있고, 공모 내지 예비 행위가 일본 국내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일본 형법의 규정상으로는 그 공범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 수사 기관의 견해인 듯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건에 있어 김호룡이라는 사람을 살인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일본 현 법학계에서도 문제점으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살인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치더라도 살인 예비죄로서는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학계의 지배적인 견해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더우기 이러한 법률적인 견해 중 어느 쪽을 따르느냐하는 것은 나중 문제로 삼더라도 적어도 김호룡이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 일본의 경찰이 이에 대한 수사를 뒤늦게야 착수하겠다는 것은 법률가로서 이해하기 곤란하다. 김호룡을 법률상, 처벌할 수 있는가 없는가, 또는 김호룡 이의의 다른 관련자가 있는가, 그 관련자 역시 처벌할 수 없는 「케이스」인가 하는 것 등을 수사를 마친 다음 증거 관계를 검토해서 법률적인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일본의 개정 형법 초안에는 일본 국내에서 살인 등을 모의하거나 교사했을 경우 살인 예비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되어있어 협력자에게도 형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요컨대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일본의 수사 기관은 마땅히 이 사건의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며 처벌 가능성에 대한 법 해석의 문제는 수사 종결 후에 내려져야 할 것이다. 【안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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