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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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닉슨」은 결국 사임하기로 했다. 미국의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임기 만료 전에 물러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견딜 수 없는 치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2년 후면 미국의 건국 2백주년이 된다. 「닉슨」은 그 거창한 민족의 제전을 주재한다는 영광을 얼마나 갈망했었던가. 그가 그처럼 대통령 자리에 연연했던 것도 사실은 이런 욕심 때문이기도 했다. 눈물겹도록 원통한 일일 것이다.
눈물에 약한 것은 여자만이 아니다. 철인이라던 「스탈린」도 자기 아내가 자살했을 때 그녀의 무덤 앞에서 꼭 한번 운적이 있었다. 「히틀러」도 31년에 애인이 자살하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알렉산더」대왕은 괴로운 싸움을 할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눈물은 슬플 때만 흘리는 것은 아니다. 「존슨」대통령은 인도에서 「간디」의 묘 앞에서 엉엉 울었다. 「링컨」은 남의 불행을 동정하여 울 수 있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했다.
그도 사실은 울기장이였다.
정신의학에서는 사람이 눈물을 흘리게 되는 감정에는 1백70가지 이상이나 있다고 보고 있다.「퀴리」부인은 미국의 시민들로부터 1백만「달러」의 헌금을 받자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명우 「찰즈·로튼」은 어느 대학 화단의 아름다움에 감동되어 그만 울음을 터뜨린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동란 때 북괴의 포로가 되었던 「딘」장군은 여러 해의 수모 끝에 구출되자 흐느껴 울었다. 그러나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애들레이·스티븐슨」은 52년의 대통령선거에서 「아이젠하워」에게 패배했을 때 웃지도 울지도 못할 심정이라고 실토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특히 정치가의 눈물은 금기로 되어있다.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맥거번」상원의원이 진것은 예비선거의 연설 중에 눈물을 흘린 때문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선거민은 그가 참을성이 없고 성격적으로 약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닉슨」도 자주 울었다. 지난 52년 부정으로 몰려 부통령 후보자리에서 떨어질 뻔했을 때 「아이젠하워」가 끝까지 그를 밀어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남의 어깨에 기대어 흐느껴 울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마음놓고 울 수도 없다. 그에게 어깨를 빌려줄 친우도 이제는 없는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그의 둘레에는 권력욕에만 불탄 젊은 보좌관들만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그의 좋은 친우가 될 수 있던 사람들을 차례로 이반시켜 놓았다.
지금 그의 둘레에는 아무도 없다. 거의 모든 보좌관들은 유죄판결을 받았고 공화당중진들도 등을 보였다. 이제는 울음으로 슬픔을 달랠 길도 없다. 하기야 오늘의 「닉슨」은 눈물로 동정을 산다고 구제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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