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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멈춘 대형마트 '나만의 상품'에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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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압구정로에 사는 주부 박보경(39)씨는 지난달 전기료 고지서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구서에 적힌 지난해 12월분 전기사용료가 11월분 4만6760원보다 1만5500원 더 나왔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어 온수매트 등 전기기구를 좀 더 쓰긴 했지만 11월 21일자로 단행된 전기료 인상 여파도 한몫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전구부터 절전형으로 바꾸기로 했죠.” 눈에 띈 건 이마트 성수점에서 본 LED전구였다. 일반 형광램프보다 오래 쓸 수 있고 전기료도 아낄 수 있을뿐더러 값도 5600원으로 일반 형광램프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식탁·화장실 등 집에서 쓰는 15개의 형광램프를 모두 LED전구로 바꿨다.

 #지난해 10월 서울 군자로에서 중곡로로 이사한 박주희(35) 주부는 옮긴 집의 욕실이 맘에 들지 않았다. 2년 전세 계약이 만료되자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했지만 집이 오래돼 변기의 색도 변해 있었다. 새 양변기로 바꿔보려고 수소문해 봤지만 제품과 공사비 등을 합하면 최소 27만원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차피 내 집도 아닌 전셋집이라 참고 2년만 더 살자고 다짐했었죠.” 그러나 박씨의 마음은 지난달 들른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바뀌었다. 대림 브랜드의 대형 양변기(730×355×760㎜)를 배송은 물론, 교체 서비스까지 포함해 14만9000원에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박씨는 “설치 서비스까지 함께 받을 수 있어 비용은 물론 공사를 위해 수소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이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해 자사 점포에서만 살 수 있는 특화상품들을 개발하고 나섰다.

 시장이 이미 포화돼 정체된 레드오션(Red Ocean)이나 아주 새로운 블루오션(Blue Ocean) 제품도 아닌 퍼플오션(Purple Ocean) 상품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종류도 식료품에서 가구·전구·화장지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이마트 마케팅 담당 장중호 상무는 “의무휴업 시행과 신규 출점 제한 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위기를 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방법은 다양하다. 유통사 자체 브랜드인 PB(Private Brand) 혹은 PL(Private Label) 상품이나 제조회사가 특정 유통업체에만 공급하는 PNB(Private National Brand), 또는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수입해 파는 해외직소싱 등이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라피트 로칠드와 손잡고 칠레에서 개발한 와인, ‘로스 바스코스 뀌베20’을 내놓아 와인 중 최단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한 달 만에 수입물량 5만 병 중 3만5000병 이상을 팔았다. 박보경 주부가 구입한 ‘러빙홈 LED’ 전구의 경우 지난해 12월 중국 현지 제조업체에서 직수입해 가격을 40% 정도 낮췄다. 이 전구는 출시 6일 만에 6만 개나 판매됐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어린이용 장난감 블록인 ‘통큰 블록 무적함대’를 선보였다. 국내 완구업체와 제휴해 값을 동종업체의 비슷한 장난감 대비 60% 정도 낮췄다. 양변기 업체인 대림과 제휴해 내놓은 ‘대림바스 바트라 양변기’는 가격을 40% 싸게 하고 공사 서비스까지 곁들여 하루 평균 200개 정도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9월 건강용품 전문 브랜드 휴테크와 손잡고 정상가(198만원)보다 50% 저렴한 안마의자를 99만원에 출시해 준비한 500개를 2주 만에 모두 팔았다. 최근에는 298만원짜리를 139만원으로 낮춘 ‘무중력 안마의자’를 내놨다.

문병주 기자

◆퍼플오션(Purple Ocean)=경쟁자들로부터 시장을 빼앗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레드오션(Red Ocean)과 잠재력이 있는 미개척 시장인 블루오션(Blue Ocean)의 중간 단계 시장. 레드와 블루를 혼합하면 얻을 수 있는 색인 퍼플(자주색)에 착안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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