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위주의 소비「패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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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 들어 쌀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밀가루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그 까닭이 무엇보다도 쌀값이 밀가루 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싸기 때문이며, 밀가루 값이 과거와 같이 싼 것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계산적으로 볼 때, 지난 72년6월부터 금년 6월까지의 2년 동안 전국도매물가지수는 53%가 상승하였고 밀가루 값은 60%나 올랐는데도 유독 쌀값만은 25%가 오른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6월말까지의 정부양곡방출실적은 작년동기에 비해 1.6배가 늘어난 5백86만섬에 이르렀고, 그 중에서도 특히 정부미의 방출실적은 약 2배가 불어난 약 4백20만섬이 되었으며, 밀가루 소비는 7월말 현재 작년동기보다 약 1천만 부대가 줄어든 2천4백만 부대였다.
따라서 이것은 쌀과 밀가루의 상대가격 수준 여하가 양곡소비구조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하나의 생생한 실증이 되는 것이며, 적어도 양곡수요에 관한 한 가격기구 외 기능이 그런 대로 잘 발휘되고 있다는 산 증거가 될 것이다.
만약 현재의 양곡공급 구조가 쌀 소비의 증대와 밀가루 소비의 억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면, 현재와 같은 가격정책의 채택은 타당성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만약 양곡의 공급구조가 쌀 소비의 억제와 밀가루소비의 권장을 요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져야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양곡사정은 쌀 소비를 권장하는 쌀값 정책을 이 이상 추구하기에는 쌀의 재고량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이 가릴 수 없는 실정인 것이며, 밀가루는 값이 상대적으로 너무 비싸기 때문에 도리어 남아돌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양곡 총 공급량이 총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불안한 것이 작금의 실정인데, 양곡공급 구조와 소비구조가 이처럼 심한 괴리현상을 시현한다면 사태는 심각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같은 사태를 우선 당장 모면하기 위해서는 결국 다음 두 가지 방법 중 택일할 수밖에 없다. 즉 그 한가지는 쌀의 소비증대로 예상되는 공급 부족분을 비싼 외미 도입으로써라도 충족하는 방법이다. 국산미 공급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계속 쌀 소비를 자극하는 가격정책을 쓰는 한 이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을 것이다.
반대로 다른 한가지는 쌀의 상대적 가격을 비싸게 하고 밀가루의 상대가격을 싸게 함으로써 쌀 소비를 억제하고 밀가루 소비를 증대케 하며, 밀가루 공급이 부족하면 쌀 대신에 소맥을 수입하는 길이다. 그렇게 하려면 쌀값과 밀가루 값도 석탄과 유류의 경우처럼, 수요구조를 공급구조와 일치하도록 다시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상의 두 가지 방법은 그 어느 것도 근본대책이 될 수 없고 어디까지나 당장의 곤경을 극복하기 위한 호도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그것이 쌀 소비의 증대를 가져오든, 쌀 소비의 억제를 의미하든 간에 식량의 국내자급률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는 가격정책 및 공급구조를 전제로 하여 소비구조를 이에 맞게 유도하는데서 찾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당장의 문제는 바람직한 양곡소비구조의 변화와 이로 말미암은 수급차질을 어떤 양곡을 어느 만큼 적시에 도입해서 해결하느냐하는 문제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러한 곡종이 비싼 쌀일 수는 없고, 별수 없이 대맥·소맥 등보다 경제적인 곡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요컨대 쌀 소비를 극력 억제하기 위해 쌀의 상대가격을 다른 모든 곡종보다 월등히 비싸게 할 도리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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