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과 화염에 싸인「니코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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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니코시아21일 AFP·UPI동양】「키프로스」수도「니코시아」는 20일 아침「터키」공군기들이 투하하는 공정부대를 목격하고 삽시간에 공포의 도가니로 화했다. 아침나절「터키」계 주민지구에 진을 친「터키」공정부대와「그리스」계「키프로스」방위군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총성이 시가를 진동시켰으며「터키」공군의 폭격으로 시 주변에서 화염이 치솟고「키프로스」방위군사령부 바로 옆 정신병원이 파괴되는 바람에 1백 여명의 사상자가 남으로써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되었다.
방위군 사령부를 폭격하려다 오폭한 것이 분명한 이 공습으로 병원에서 뛰쳐나온 환자들은 울부짖으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니코시아」「라디오」방송은 아침 정규「프로」를 중단한 채 쉬지 않고 군가를 틀었고 군가가 이어질 때면『「그리스」의「키프로스」만세』를 외는「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터키」침공군이 어디선가 조종하는 것으로 보이는「터키」방송은「그리스」계「키프로스」국민여러분, 이것은 군사행위가 아닌 경찰행위입니다. 문 밖에 나오지 말고 집에 계십시오』라고 말했다.
정오께에 이미 전기가 나가고 수도가 끊기었다.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에어컨」이 꺼진「호텔」방은 푹푹 쪘으며 갈증을 면할 길이 없게 됐다.
20일과 21일「니코시아」의 주민들은「터키」공군의 공습이 있을 때마다 요란한「사이렌」과 함께 지하실이나 계단 밑에 숨어서 불안에 떨었다.
이러한 전쟁 속에서 으례 있는 것처럼 온갖 뜬소문과 풍문이 나돌았다. 「키레니아」항도에 상륙한「터키」부대가 곧「니코시아」를 총공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기 시작했다.
「키레니아」항과 수도사이는 불과 26㎞의 가까운 거리이므로 그럴듯한 소문이었다.
「터키」정규군과「그리스」계「키프로스」방위군사이의 교전이외에도「키프로스」방위군의「터키」계와「그리스」계 군인사이에 전투가 벌어지고「그리스」와「키프로스」의 통합운동을 목적으로 한 지하단체인「에오카B」의 분자들이「테러」활동을 벌임으로써 이중 이중의 난전으로 화해 근대사에 드문 전쟁양상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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