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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대에 오른 강대국「데탕트」|국제정치상의 키프로스사태 파장|【워싱턴=김영희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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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키프로스」사태가 또 하나의 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서부백악관에서「키신저」가 서둘러 마련한 미국의 행동노선은 ①「키프로스」의 전투중지와 헌정회복 ②「그리스」·「터키」전쟁의 방지 ③미·소 충돌로 인한 화해「무드」의 붕괴방지 등이다.
미국은 또한「키프로스」사태를「그리스」의 군사독재를 종식시키는 방향으로 이용할 의향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투중지·헌정회복이라는 미국의 노선은「유엔」안보리회원국가 중에 반대하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안보리결의는 소련과「터키」의 지연전술을 극복하고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는 의미에서라면 미국은 우선 작은 외교적 성과 하나를 거두었다.
그러나 실제로 헌정을 회복하는 문제에 들어가서는 미국의 입장은 고립된다. 미국은 헌정회복을 반드시「마카리오스」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국은 지금「마카리오스」가 복귀하면 사회당과 제휴할 가능성이 많고 따라서「키프로스」가 소련의 지중해에서의 외교적 교두보구실을 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다.
사태가「그리스」·「터키」전쟁으로 악화되면「나토」의 남부측면은 붕괴된다고 본다. 붕괴의 틈을 타고 소련은 지난 10월의 중동전쟁 끝에「키신저」에게 당한 외교적 실지를 지중해에서 회복하는 기회를 놓치려할 턱이 없다. 「나토」회원국간의 전면전쟁, 그로 인한 남부측면의 붕괴는 미·소 화해에서 앞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상호군축협상의 장래까지 위협한다. 「키신저」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키프로스」사태로 미·소가 대결할 가능성은 없다고 낙관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소련신문들이「터키」의「키프로스」상륙을 규탄하지 않는 점, 「삼프손」의「쿠데타」를 강력히 규탄한 점, 그리고「키프로스」의 중립과 소·「터키」관계의 개선을 희망한다는 점에 두려운 생각을 갖고있다.
그래서「키신저」장관은 중동전 때「하트·라인」을 통해서 귀국중인 소련대사「도브리닌」은 물론이고「크렘린」의 지도자들과「키프로스」분쟁이 미·소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도를 계속 논의하고 있다. 「나토」의 테두리 안에서의 협상, 「시스코」차관의 왕복외교는 그것대로 계속된다.
미국정부가「키프로스」사태를「그리스」의 민주주의회복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서는 나라안팎으로 실망이 크다. 「키프로스」사태를 보고「아테네」의 군사독재를 혐오하는 많은 사람들은「삼프손」의「키프로스」정권「도둑질」이 단명하게 끝나면 그 여파가「그리스」본토까지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그러나 미국이 오히려 불안하게 보는 것은「그리스」군인들이「키프로스」사태에 자신들의 정권의 존립을 직결시키는 극단논에 따라「터키」를 상대로 강경 노선을 보일 가능성이다.
미국은「터키」가 선전포고를 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그리스」와「터키」에 대한 무기공급의 중단이 특히「그리스」의 전의를 꺾는데 중요한 일을 했다고 믿는다. 그러나「터키」는 지금「나토」회원국가들의 협상호소를 듣지 않고 있다.
「키프로스」의 전략요충에 교두보를 구축한「터키」는 이제「터키」소수민족의 권익을 보장하는 헌법개정이 없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슬슬 비치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조기휴전은 난망이다. 「발칸」전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선 경우「키신저」의 건설적인 왕복외교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터키」의 입장을 오산한「키신저」는 벌써 많은 시간을 잃었다.
강대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마주치는 지역의 국지분쟁을 해결하는데 강대국들의 행동반경이 긴장완화라는 울타리로 얼마나 제한 받을 것인지가 다시 한번 실험대위에 올랐다.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의 접점이고 최근 점차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소련과 미국의「키프로스」분쟁 접근방법이 한국사람들의 관심사가 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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