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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100배 … 토지거래허가구역 60%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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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기도 성남시 용인서울고속도로 서판교 분기점(IC) 근처에 주택을 갖고 있는 A씨는 몇 년째 팔리지 않아 걱정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이 집을 산 사람은 3년 이상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 이 때문에 선뜻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곳 토지가 투기 목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같은 이유로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전국에 4억8000만㎡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규제가 부동산 거래 침체 현상을 심화시킨다고 판단하고, 이 중 59.5%(2억9000만㎡)를 거래허가구역에서 6일부터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 중 수도권 해제 면적은 2억458만㎡로, 여의도의 70배 넓이다.

유병권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가 안정세가 계속되고, 개발 지연에 따른 주민 불편이 커지고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용산구 서빙고동과 용산동1~6가, 중랑구 망우동 등이 거래허가구역에서 풀렸다. 강남구 자곡·세곡·율현동 일대 800여 필지도 구청장 허가 없이 거래가 가능하게 됐다. 중랑구 망우·신내동, 구로구 항동, 강동구 강일·고덕·둔촌·상일동 일대 땅도 거래허가구역 해제 대상이다. 경기도에선 성남·용인·안양·고양 등 17개 시에서 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던 곳이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부산은 강서구 내 4700만㎡가 해제됐고 울산은 북구와 수성의료지구, 대구야구장 주변이 풀렸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전국 땅값은 해마다 평균 0.83%씩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3%)보다 낮다. 이를 근거로 투기 위험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고, 기존 거래허가구역의 절반 이상을 푼 것이다.

다만 세종·대전시는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개발 사업에 따른 투기 우려가 여전해 8300만㎡의 허가구역을 그대로 유지했다. 유 정책관은 “다른 지역도 투기 징후가 발생하면 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해 땅값 불안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5월 전국 6억2000만㎡를 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바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해제 조치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가장 강력한 수요차단 장치인 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것 자체는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땅 소유주에 대한 양도세 부과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따라 토지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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