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한 「골」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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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일 새벽 서독 우승의「뉴스」를 듣고 필자는 승부가 언제나 1「골」차로 결정되며 이 1「골」의 차가 주는 의미가 의미심장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필자는「뮌헨·월드·컵」을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 참석하면서 몇「게임」을 봤다. 그중에는 서독·화란의 경기가 있어서 유심히 그들의 실력을 내 나름대로 점 칠 수 있어서 그들의 승부는 1「골」차라고 봤는데 우연이라 할까 서독이 2대1로 승리하고 만 것이다. 한국은 이 대회의 지역 예선서 호주에 1「골」차로 져 탈락하고 그대신 호주가 출전했다. 따라서 호주전 만큼은 유심히 보지 않을 수 없었고 호주가 동독과 싸울 때는 한국을 호주와 대신해서「게임」을 상상해 봤다. 호주는 「시소」를 벌이다가 2-0으로 졌다. 「스코어」는 2-0이었지만 「게임」내용은 근소한 차였다. 여기에서 나는「아시아」의 축구, 좀더 좁히면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폴란드」는 준결승 「리그」서 서독에 1-0으로 져 3, 4위전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 1「골」의 차는 결승전에서도 나타나 화란은 준우승에 그쳐야만 했다. 그러나 이 1「골」의 차는 숫적으로 볼 때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 반응은 심각하다. 승리한 국가는 기쁨에 도취하고 패배한 국가는 비탄 속에 절규하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는 호주에 졌던 한국도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현재 세계 축구는「플레이」면에서 남미와「유럽」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고 운영 면에서는 서구의 「프로·시스팀」이, 동구의 국가 관리인 「스테이트·아마추어·시스팀」이외에 「아시아」적인 것을 들 수 있다. 그중「아시아」적이라는 것은 국가관리도 아니며 돈을 벌 수 있는 「프로·시스팀」도 아닌 가장 낙후적인 것으로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한 정신력호소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서구의 엄청난 시설과 수백만을 헤아리는 경기인구도 없는 형편이다. 이같은 형편에 승리하면 열광, 패배하면 비난과 힐책만이 뒤따른다. 그러나 한국축구는 역경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해 「아시아」지역서는 정상급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는 1「골」차를 좀더 좁혀가며 패배의식에서 오는 허탈감에 앞서 먼저 축구발전에 앞장서는 선의를 베풀어야만 한국축구는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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