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이냐 김황식이냐 … 청와대 "이기는 게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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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빅 매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이번주 당 수뇌부와 회동해 출마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4일 전했다. 

집권 2년차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시험대다. 승리하면 순항, 실패하면 난항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상징성이 크다. 전체 성적표에 큰 영향을 준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속마음은 어느 쪽일까.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 대통령이 의중을 내비칠 리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선거 전 박심(朴心)을 내비쳤다는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2012년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 전날 진영 정책위의장 후보 지역구를 깜짝 방문하면서였다.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사이에선 어떨까. 인연은 박 대통령과 정 의원이 오래됐다. 둘은 장충초등학교 동창이다. 학창 시절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께는 양재동에서 테니스를 함께 치던 사이였다. 그러다 친분에 금이 갔다.

 박 대통령은 2002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9월 서울에서 남북 축구대표팀 간 시합을 하는 데 합의했다.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들고 ‘대~한민국’ 구호가 없도록 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경기 당일 ‘붉은악마’가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구호를 외쳤다. 이에 박 대통령은 축구협회장이었던 정 의원에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그해 11월.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정 의원이 박 대통령을 만나 연대를 제안하지만 ‘퇴짜’를 맞았다. “아버지를 심하게 비난한 강신옥(김재규 변호인)씨와 당을 함께하면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느냐”며 낯을 붉혔다는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상황이 바뀌었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로 정 의원(당시 무소속)의 의중을 타진했다. 하지만 이번엔 정 의원이 시큰둥했다. 계속 어긋나던 두 사람은 2010년 세종시 정국에서 ‘미생지신(尾生之信)’ 논란을 벌였다. 당시 정 의원은 “미생이 약속(세종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비가 많이 오는데 다리 밑에서 애인을 기다리다 결국 익사했다”면서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했다. 한편으론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박 대통령을 비판한 발언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강물이 불어나는데도 약속을 지키려다 익사한 미생은 진정성이 있는 반면 애인은 진성성이 없어 결국 미생이 귀감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계속 겉돌았다.

 반면 박 대통령과 김 전 총리는 이렇다 할 인연이 없지만 악연도 없다. 그래서 청와대 일각에선 당초 ‘박심은 김황식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후보가 가시화되면서 청와대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선거중립을 강조하는데 청와대가 지방선거에 개입할 수 있겠느냐”며 “당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경선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거에 이기려면 경선 흥행이 필수적”이라며 “오히려 경선이 안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청와대 결론은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론’쪽이다. 누구든 박원순 시장만 이길 수 있으면 된다는 뜻이다.

신용호·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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