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통일 및 외교정책-「한반도 주변 정세와 남북한관계」학술회의 중계(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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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외교의 기본문제>-이호재(고대교수)
한국외교의 기본문제는 맹목적인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탄력성 있는 현실주의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해방이후 근 30년이 지나오는 동안 우리나라의 외교는 너무나 고식적인 민족주의 감정에 호소한 이상 추구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일문제만 해도 우리는 너무나 이상주의에 치우쳤고, 통일자체에 대해 지나친 절대성과 우위성을 부여해 왔다.
통일문제를 현실적 감각으로 보지 않고 윤리적·도덕적 문제로 취급했기 때문에 북진통일이니 무력통일이니 혹은 남북협상이니 하는 조급론이 한때 대두했던 것이다.
6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 선 건설·후 통일이라는 정책전환, 다시 말해서 통일의 절대성이 상대성으로 바뀐 것은 통일정책에 대한 올바른 접근방법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대중 속에 팽배해 있는 맹목적 민족주의 감정을 선도하고 국민적 이해와 지지의 바탕 위에서 자신있는 정책수립을 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정책결정에 항상 한계성을 갖고있는 흠이 없지 않다.
진정한 민족주의 이념을 한반도에서 살리는 방법은 국제협력을 통한 우회적인 차선책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납득시켜야하며 통일에 대한 절대성도 영토적 통일에 대한 집착을 해소시킬 수 있는 아량이 현시점에서는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남북공존체제가 갖는 장점을 더욱 보완, 강화시키고 국제협력을 통한 안정을 추구해 나가는 동안 통일에의 먼 길이 점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더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개선된 남북의 분단상태는 내란이 일어날 수 있는 통일보다는 어느 면서 이점이 있다는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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