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근육' 있는 로봇 내년까지 내놓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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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데니스 홍 교수는 “내가 만드는 로봇이 언젠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데 쓰일 거라는 믿음이 있어 아무리 힘들어도 항상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소도시 홈스테드에 세계 각국의 최첨단 ‘휴머노이드(humanoid·인간과 닮은 로봇)’가 모였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재난구조로봇대회(DRC)가 열린 것. 휴머노이드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처럼 극한적 재난 상황에서 주어진 임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를 겨뤘다.

 ‘로봇계의 다빈치’로 불리는 데니스 홍(43·한국명 홍원서)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도 대회에 참가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로봇월드컵을 3연패한 홍 교수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9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달 14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홍 교수는 “우승이 목표였다면 대회 맞춤형 로봇을 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대회는 인류를 구할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테스트 무대일 뿐”이라고 말했다. 순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그는 껄껄 웃어 젖혔다.

 -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우승하려면 이미 있는 기술을 안정화시켜야 하지 (나처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안 된다. 내 목적은 그게 아니다. 다리 없는 수영선수 김세진과 친하다. 로봇다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개발을 시작한 게 ‘인공 근육’ 기술이다. 인간을 위한 따뜻한 기술, 인류를 구할 기술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우승한 적도 있는 것이지, 우승하기 위해 로봇을 만드는 건 아니다.”

 - 인공 근육 기술은 뭔가.

 “지난 30년간 로봇 공학자는 움직임이 정밀하고 튼튼한 로봇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사람이 그런 로봇에 부딪히면 크게 다친다. 게다가 울퉁불퉁한 땅을 걷지도 못한다. 동물의 근육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근육을 쓰듯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있다. 내년 여름쯤 열리는 결선까지는 완성할 작정이다.”

 이번 대회엔 세계 16개 팀이 출전했다. 우승팀은 일본 산업기술연구소가 개발한 섀프트(Schaft).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의 로봇 ‘발키리(Valkyrie)’는 최하위에 그쳤다.

 - 미 NASA가 꼴찌라니 놀라운데.

 “NASA는 모든 과제에서 0점을 받았다. 결과를 비웃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걸 기억해야 한다. NASA는 1969년 달에 사람을 올려놓는 데 성공하기까지 이전 10년간 셀 수 없이 실패했다. 나는 NASA의 도전을 보면서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성공할 수 없다.”

 - 재난구조 로봇 수준은 어디까지 왔나.

 “이번 대회에 로봇들이 움직이는 걸 보면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낮아서다. 로봇은 영화 ‘아이언맨’과 달리 달팽이처럼 매우 천천히 움직인다. 1m 앞에 놓인 밸브 3개를 잠그는데 30분이 모자랄 정도다. 하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사람들은 무인자동차가 나올 거라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대회에서 첫 선을 보였고 이제 사람들은 이내 실현되리라 기대한다. 인류를 구원할 로봇의 출현도 꿈은 아니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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