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문학의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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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간이 부딪치는 극한상황이 문학작품의 좋은소재가 되는 것이라면 전쟁만큼 더 좋은 소재는없을것이다. 24년전 우리가 겪었던 6·25동난은 한민족전체의 크나큰 비극이었으나 문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무엇보다 훌륭한 전쟁문학의 소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문학에 괄목할만한 문학작품이 나오지 않고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6·25 24주년을 맞아 기독교방송은 이러한 점에 착안, 20일저녁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소설가 안수길씨, 문학평론가 이어령·김윤식씨를 초청하여 『6·25와 전쟁문학』을 주제로 공개강좌를 가졌다. 이어령씨는 『전쟁과문학』의 의미를 규정하는 강연을 통해 전쟁문학이란 전쟁이 일어났던 시기만이 아니라 전후까지로 이어지는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은 전쟁이 끝난 후의 비극이 너무 엄청난것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전쟁문학의 개념이란 근본적으로 반전적인 것, 비인간적인 상황을 고발하는 것, 승리보다는 목적자체에 대한 회의를 기술한것이라는 것이다. 즉 전쟁이 몰고온 폐허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되찾게하는 것이 전쟁문학을통한 작가의 임무라는것이다.
안수길씨는 전쟁에 대처한 작가의입장을 자연인으로서의 그것과 작가로서의 그것으로 나누었다. 안씨는작가가몸소 전쟁에서 전쟁의실상을 체험하지않고는 생생하고 절박한 전쟁문학은 나올수없다고 말했다. 「솔제니친」의 소설들이 생생하고 절박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자신의 체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씨는 6·25당시 30대후반기 이상이었던 작가들에게서 생생한 전쟁소설을 볼수는 없으나 전쟁문학이 전후와 이어지는 개념이라면 이들 작가들이 피난지 생활따위를 묘사한작품들은스스로 체험한 것이기 때문에 절실한 것들이 많다고 주장하고 전쟁그자체를 묘사한 작품들은 이들 전전세대보다는 전쟁을 스스로 체험한 전중세대에서 많이 찾아 볼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씨는 또한 6·25를 겪었으면서 왜 세계적 대작이 나오지 않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한국전쟁은 아직까지 계속중인 것으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윤식씨는 전쟁을 체험한 양상은 세대마다 다르기 때문에 표현방법도 세대마다 다를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한국동난이발발했을때 「가와바다·야스나리」같은 작가는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만한 대작이 나올것이라고 예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대작이 나오지않고 있는 까닭은 「이데올로기」문제가 제약을받는것이 주요원인이라고 말했다.
비록 대작이라고까지야 말할수 없지만 전쟁을 상황에따라 몇가지로 세분한다면 전쟁의 극한상황적 요소를 묘사한 오상원, 기지촌풍경을 그린 송병수, 「모럴」문제를 제시한 서기원, 피난민을 다룬 이호철·강신재의 작품들은 그런대로 수확이며 특히 손창섭의 몇몇작품들은 이러한 여러가지요소들을 모두포함하고있다고 김씨는 분석했다.
이날의 공개강좌는 「프랑스」 대혁명·남북전쟁·제2차세계대전등 커다란사건을 다룬 결정적 작품들이 나오지않은 까닭이 소재가 지나치게 방대하기때문이며 따라서 6·25의 의미가 크면 클수록 그것을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은 더욱 어려워진다는데로 의견이 모아졌다. <정규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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