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협 연설취소 선전영화 대신상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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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엔본부 30일 동양】북괴「유엔」「업저버」단장 권민준이 29일 밤 「아시아」협회에서의 연설일정을 돌연 취소한 것은 『외교의 상식조차 없는 무례한 행위』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권은 이날 밤6시 북괴의 통일정책에 관해 연설하기로 한달 전부터 약속되어 있었고 이날의 연설을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요청까지 해놓고는 개회 1시간 전인 하오5시 영사기기사를 포함, 다른 외교관 4명을 보내 권의 연설대신 순 선전영화 두편을 상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공산권문제를 전공하고 있는 함영훈씨는 1시간 반에 걸친 『평양』 『금강산』등 선전영화를 할 수 없이 보게 돼 뒷맛이 씁쓸하다고 말하고 『저 사람들은 여기가 평양인줄 아는 것 같다』고 흥분했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미국학자는 『상식 이하의 행동』이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결코 북한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런데 북괴 「유엔」 「업저버」단의 박지호는 이날 한국교포 몇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딱딱한 정책을 논의해 보았자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대신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다』고 말함으로써 권민준의 불참이유가 『다른 급작스런 일』이 아니라 저들 나름의 정치적 계략 때문임을 자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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